인공지능(AI)이 활동 영역을 끝없이 확장하고 있다. 금융투자 부문 역시 격변하는 흐름에 맞춰 기술 혁신을 향한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사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의 시각으로 금융시장의 투자 트렌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현금에서 카드로, 이제는 디지털 결제로. 결제방식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결제는 더이상 ‘돈을 주고받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결제는 고객과의 접점이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통로이자 플랫폼 경쟁의 핵심 축이 됐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현금 사용은 매년 약 4%씩 감소하고 있으며 2027년에는 디지털 지갑이 전체 결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글로벌 결제 시장의 잠재적 가치는 1조달러(한화 약 1420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의 간편결제 기업들은 어떤 강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내 기업들은 이제 하나같이 글로벌 진출과 확장이라는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최근 10주년을 맞은 토스는 ‘향후 5년 내에 사용자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고 얼굴인식 결제를 포함한 인프라 확장에 나섰다. 네이버페이는 알리페이플러스, 유니온페이 등과의 제휴로 66개국에서 QR 결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카카오페이는 외국인 대상 인바운드 결제 서비스를 통해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이 이렇게 움직이는 지금은 마침 글로벌 결제 인프라가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맥킨지 글로벌 결제 보고서(Global Payments in 2024)는 향후 5년간 결제 플랫폼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세 가지 트렌드가 있다고 제시한다.
첫째 즉시결제의 확산이다. 유럽에서는 2028년까지 즉시결제 건수가 10배 늘어나 300억 건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브라질 등에서는 QR 기반 C2B 결제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도 QR 인프라 확대와 해외 결제 시스템 연동을 통해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으며 이미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사용자 경험을 보유한 만큼 경쟁력은 충분하다.
둘째 간편결제 플랫폼이 ‘슈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결제를 넘어 송금·투자·자산관리·신용평가 등 금융 전반은 물론 쇼핑·멤버십·보험 등 비금융 서비스까지 통합하는 슈퍼앱 전략은 한국 간편결제 기업의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마이데이터 기반의 개인화된 금융 서비스 운영 경험은 해외 시장에서도 소비자 맞춤형 추천·자산관리·신용 스코어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셋째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결제 생태계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쇼피파이(Shopify), 아마존(Amazon)과 같은 플랫폼들이 전체 소비자 결제의 약 30%를 직접 처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쿠팡, 배달의민족, 무신사, 당근마켓 등이 자체 결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더 이상 돈을 쓰는 곳과 돈이 빠져나가는 시스템이 따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이들 플랫폼은 결제 기능을 내재화함으로써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간편결제 시장이지만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 그리고 사용자 중심의 설계 역량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다만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는 국가별 규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역량, 현지 문화와 소비 패턴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 설계, 그리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생태계 확장 전략이다. 여기에 사이버 보안 시스템 고도화라는 과제도 추가돼야 할 것이다.
결제 기술의 진화는 국경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글로벌 경쟁의 무대를 평평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어디서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먼저 상상하고, 빠르게 실행하는가’이다. 1조 달러 규모 시장을 향한 여정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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