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대사로 활동하면서 종종 받는 질문이 있다. 인도가 막 사회주의 경제에서 벗어나던 90년대 중반 한국의 삼성, 현대, LG 등이 인도 시장에 과감히 진출하여 크게 성공했는데, 정작 인도 경제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눈에 띄는 한국의 신규 투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인들과 얘기해보면 아직 인도를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본격적인 진출 지역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각 기업들이 나름대로 치열한 시장조사를 하고 있겠지만, 인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세계가 잠에서 깬 코끼리 등에 올라타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지금, 한국이 망설여서는 안 되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인도의 성장 잠재력은 세간에 알려진 대로 엄청나다. 14억5000만명이라는 세계 최대 인구, 특히 몇 년 내 1억명에 달할 평균소득 1만달러 이상 중산층은 거대한 소비 시장을 만든다. 자동차 시장은 이미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이다. 현재 세계 5위, 1인당 평균소득 2500달러인 인도의 경제가 몇 년 내 세계 3위로 올라서고 평균소득 1만 달러 대의 중진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모든 경제분석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인도 사회가 시장친화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국가 발전에 대한 지도층의 의지, 특히 모디 총리의 리더십이 확고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머지 않아 15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인도 시장을 외면한 채 10년 후의 한국 경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둘째, 인도 시장 진출이 쉬운 것은 분명 아니다. 상황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어느 개도국이나 그렇듯이 각종 규제, 현장의 부정부패, 사회경제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가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큰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인도 증시에 상장하고 올해 중 제3공장 증설을 앞두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게임업계의 크래프톤, 금융업계의 미래에셋, 대기업 동반진출이 아닌 단독으로 중견 제조업을 일궈낸 포커스텍 등의 성공사례는 인도 시장이 어렵지만은 않다는 반증이다.

마지막으로 인도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구애가 상당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모디 총리의 최대 관심사는 다수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제조업 육성으로 ‘Make in India’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제조강국인 한국은 가장 포괄적인 협력 파트너다. 급성장한 한류 열풍으로 한국과 무관한 상품도 ‘Korean Style’로 홍보할 정도로 소비자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인식도 좋아 한식, 뷰티,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출 잠재력이 크다.

인도가 미중 전략경쟁 상황에서 서방과의 전략적 관계를 확대해나가고 있는 지정학적 여건도 우리 기업들의 인도 진출에 유리하다.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다. 우리 기업이 실기하지 않고 인도라는 거대한 코끼리 등에 올라타 동반 성장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이성호 주인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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