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윌리엄 코더의 피부로 제본된 것으로 추정되는 책 [모이스 홀 박물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f0d8537b7c6b45d293bf2fb920c4a96f_P1.jpg)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영국에서 살인범의 피부로 제본된 책이 박물관 사무실에서 발견돼 전시될 예정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은 서퍽주 버리 세인트 에드먼즈에 있는 모이스 홀 박물관에서 사람의 피부로 제본된 책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책은 1827년 레드 반 살인사건에서 마리아 마튼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윌리엄 코더의 피부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박물관 측은 이미 전시 중인 첫 번째 책과 함께 이번에 발견된 두 번째 책도 전시할 계획이다.
윌리엄 코더는 조지 왕조 시대인 1827년 서퍽주 폴스테드에서 일어난 ‘붉은 헛간 살인 사건’의 주범이다. 당시 23세였던 코더는 마리아 마르텐과 불륜 관계를 맺다 결혼을 위해 도주를 약속했으나, 마르텐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 헛간에 암매장했다.
그는 결국 체포돼 1928년 8월 수천 명이 보는 앞에서 공개 처형됐다. 사형이 집행된 후 그의 몸은 해부됐고, 그의 피부 일부는 재판 기록을 묶은 책을 제본하는 데 사용됐다. 해당 책은 1933년부터 박물관에서 전시됐다.
![윌리엄 코더의 공개 교수형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천명의 관중 [위키피디아]](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19994aa7ec3d47499830ca13f9102efb_P1.jpg)
하지만 최근 큐레이터들은 박물관 카탈로그를 살펴보던 중, 코더의 피부로 제본된 두 번째 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책장에서 또 다른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수십 년 전 코더의 몸을 해부한 외과의사와 가까운 가족이 기증한 것이었다.
첫 번째 책은 표지 전체가 피부로 덮여 있었던 반면, 이번에 발견된 책은 모서리 등 일부분에만 피부가 사용됐고, 곳곳이 손상된 상태였다.
박물관의 문화재 담당자인 댄 클라크는 책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면서 “그간 책을 찾지 못한 건 박물관의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피부로 책을 제본하는 행위는 19세기까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기념품이나 유품의 형태로 제작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당시 의사들이 개인적인 기념물로 보관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행위는 당시 대중의 호기심과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 속에서 용인되기도 했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윤리적 문제로 비판받고 있다.
유명 TV 시리즈 ‘호러블 히스토리’의 저자인 테리 디어리는 책에 대해 “코더는 정황 증거만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책을 태우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건 정말 역겹다”며 “교수형보다 더 나쁜 것은 죽은 후에 시체가 해부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이 책은 그 연장선”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모이스 홀 박물관에서는 당분간 책의 원형을 보존한 상태로 계속 전시할 예정이다.
문화유산 담당 보조원인 애비 스미스는 직장에 처음 출근한 날 책을 직접 만져봤고, 마치 “진짜 책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인간 피부로 만들어졌다는 걸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알지 못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bb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