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분기점 톤당 254달러로 상승
원재료 나프타값 하락에 마진 확대
에틸렌 마진 증가에도 불안 여전
석화 시황 부진에도 증설 지속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대표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마진(스프레드)이 약 2년 만에 손익분기점 마지노선인 톤당 250달러대를 기록했다. 에틸렌 대표 원재료인 원유 기반의 나프타 가격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에틸렌 마진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은 여전히 불안정한 만큼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위주 사업 재편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틸렌 마진은 4월 들어 톤당 254달러까지 상승했다. 에틸렌 마진이 25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23년 5월 이후 약 2년만이다. 지난해 4월 평균 가격(톤당 187.22달러)과 비교했을 때 35.7% 증가했다.
에틸렌 마진은 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제외한 값이다. 손익분기점은 톤당 250~300달러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에틸렌 마진은 최근 2년 동안 200달러대 초반을 기록한 것은 물론 100달러대 초반까지 하락한 적도 있다. 중국이 시황과 관계없이 공격적인 증설을 진행한 데 따른 것이다.
에틸렌 마진이 반등한 배경에는 나프타 가격 하락이 자리잡고 있다. 나프타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경기 침체 여파로 하락세를 보이자 자연스레 꺾였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톤당 600달러대를 기록했던 나프타 가격은 이달 들어 5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그동안 에틸렌 마진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납사크래킹센터(NCC)를 통해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는 LG화학, 롯데케미칼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LG화학은 지난해 석유화학 사업에서 영업손실 1360억원에 머물렀다. 롯데케미칼은 894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양사는 적자 규모가 커지자 NCC를 비롯한 석유화학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다.
에틸렌 마진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양사의 적자 폭은 올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는 LG화학 석유화학 사업이 올해 흑자 전환(150억원)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영업손실 226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적자 폭이 74.6% 감소할 전망이다.
에틸렌 마진 상승 움직임에도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에틸렌 가격이 건설 등 전방 사업 침체 여파로 반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가격 변동은 없고 나프타 가격만 등락이 있을 시, 에틸렌 마진은 25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기는커녕 박스권에 머물거나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물론 중동 등에서 석유화학 공장 증설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점도 국내 석유화학 업계엔 악재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최근 한국 석유화학 사업재편 컨설팅 용역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북아 석유화학 시장은 2030년까지 다운턴(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며, 2035년은 돼야 일반적 불황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스페셜티 사업 비중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석유화학 시황이 예년처럼 반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스페셜티 제품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대표 스페셜티 제품은 친환경 제품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라인업 강화에도 공을 들인다. 배터리 시장이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장기적인 탈탄소 트렌드를 고려할 때 성장 잠재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에서 각각 전구체 프리 양극재, 에너지저장장치(ESS) 소재 등을 전시했다. 한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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