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원로 소설가 서정인 씨가 14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대한민국예술원 제공. 연합뉴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원로 소설가 서정인 씨가 14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대한민국예술원 제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원로 소설가 서정인 씨가 이달 14일 밤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6년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객원 연구원을 지냈다. 1962년 ‘사상계’ 문예증간호에 단편 ‘후송’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그가 1968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강’은 현실에서 소외된 인물들의 모습을 간결한 문체로 담아냈다. 소설가 황석영은 ‘한국 명단편 101선’ 중 하나로 ‘강’을 꼽으며 “1960년대 한국 단편문학의 빛나는 결정체”라고 극찬한 바 있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발표한 소설 ‘달궁’, ‘달궁 둘’, ‘달궁 셋’ 시리즈는 판소리에 소설을 접목한 파격적인 형식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가위’, ‘토요일과 금요일 사이’, ‘철쭉제’, ‘봄꽃 가을 열매’, ‘붕어’, ‘말뚝’, ‘모구실’, ‘빗점’, ‘바간의 꿈’, ‘무자년의 가을 사흘’ 등 다수의 소설과 산문집 ‘지리산 옆에서 살기’, ‘개나리 울타리’ 등을 펴냈다.

고인의 문학은 인간의 타락한 모습과 삶의 어둡고 쓸쓸한 면을 독특하고 정제된 문체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1999년에는 우리말의 묘미를 극대화하면서 현실을 비판했다는 평을 받은 ‘베네치아에서 만난 사람’으로 대산문학상을 받았고, 2002년에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용병들의 타락한 모습을 그린 연작소설집 ‘용병대장’으로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학작가상(1976), 월탄문학상(1983), 한국문학창작상(1986), 동서문학상(1995), 김동리문학상(1998), 녹조근정훈장(2002), 순천문학상(2010·2011)을 받았으며 2016년엔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1968년부터 2002년까지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정년퇴임 후에도 2009년까지 명예교수를 지냈다.

창작 공헌을 인정 받아 2009년 7월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분과 회원으로 선임됐다.

빈소는 경기도 김포 뉴고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7일 오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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