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공장은 다 중국에” 틱톡 영상 확산
대부분 사실과 달라…일부 이용자 믿기도
AI 영상으로 미국관세 조롱…여론전 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조치에 맞서기 위해 중국 공장들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구매를 촉구하는 틱톡 영상. 해당 계정이 올린 영상은 최대 조회수 1000만을 넘었다. [틱톡]](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5/news-p.v1.20250415.6f23aee8c19b41f59da625d31a9a3a32_P1.gif)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영상 속 한 남성은 화려한 명품 가방으로 가득 찬 중국 공장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대부분 명품이 중국에 공장이 있다”며 “명품들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건에 다시 포장하고, 브랜드 로고를 붙이고 가격을 올려 부티크에 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루이비통 가방을 제조하는 업체와 직거래가 가능하다”면서 자신은 “루이비통 가방을 50달러(약 7만원)에 팔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간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제조업자들이 틱톡을 활용해 ‘온라인 여론전’에 나섰다. 이들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을 피해 중국 공장과 직접 거래할 수 있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관심과 중국내 반미(反美) 정서를 악용한 영상임에도 일부 틱톡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패션산업의 이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믿을 수 없는 가격 줄 것” 中업자들 홍보
![중국에서 직접 거래하면 명품 헤어핀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틱톡 영상.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50만명을 돌파했다. [틱톡]](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5/news-p.v1.20250415.95ed977d28fe4222a522373de7da19b1_P1.jpg)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룰루레몬, 나이키와 같은 애슬레저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한다고 주장하는 중국 공장 틱톡 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000만명이 시청한 한 영상에서는 중국 공장 직원이 등장해 “룰루레몬에 제품을 공급하는 동일 공장에서 100달러짜리 요가 바지를 5~6달러에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소재와 기술력이 동일하다. 같은 생산설비에서 나왔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주제의 ‘중국이 폭로하는 진실’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 830만명이 넘었다. 블룸버그는 “해당 영상은 대다수의 제품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폭로하려는 듯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그러면서 직접 주문이 가능한 웹사이트 주소와 연락처를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 중국인 판매자는 영상에서 “왜 우리에게 직접 연락해서 사지 않느냐. 당신이 믿기 힘든 가격을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세를 피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영상도 조회수 100만에 달했다. 관세를 피해 중국에서 직접 거래하면 명품 머리핀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영상도 50만명이 해당 영상을 시청했다.
사실과 다른 주장에도 “영상 시청자 믿어”
하지만 해당 영상들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룰루레몬 측은 성명을 통해 “완제품 생산량 중 약 3%만 중국 본토에서 제조되고 있다”며 “정품은 룰루레몬 공식 매장과 웹사이트, 인증된 유통처에서만 구매 가능하다”고 밝혔다. 루이비통도 과거에 중국에서 제품이 생산됐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반박한 바 있다.
콘래드 퀼티-하퍼 명품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영상은 중국 내 가짜 제조업체와 진짜 제조업체를 혼동시키려는 전략”이라며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매우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하는 데 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일부 이용자들은 해당 영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미국 틱톡 사용자들은 문제의 영상들을 통해 명품 산업의 숨겨진 이면이 드러났다고 믿었다”며 “미국 기업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구매함으로써 관세를 우회하는 방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공장서 일하는 미국인들? 조롱 영상도
![틱톡에서 화제인 미국을 비판하는 영상.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라는 제목의 AI 생성 영상은 미국인들이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조롱하기 위해 제작됐다. [틱톡]](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5/news-p.v1.20250415.569291baa06d41b3a70a2508cf516e32_P1.gif)
이러한 영상이 주목받는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미 관세 125%를 발표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20%를 부과한 뒤 상호관세 125%를 추가로 적용하면서 145%라는 전례 없이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짧은 시간 안에 유사한 주제를 담은 영상이 대거 퍼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145% 관세 정책에 대한 대중의 반발 정서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의 관세전쟁 여파로 패션업계의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스포츠의류업체 JD 스포츠 앤드루 히긴슨 최고경영자(CEO)는 “높은 관세가 유지된다면 제품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중국에 공장을 둔 이유는) 단순히 저렴한 노동력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생산 기술과 제조 역량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고 말했다.
일부 인기 영상에서는 미국을 조롱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미국인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AI 생성 영상이 화제다”며 “해당 영상 제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다”고 전했다.
인디펜던트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틱톡에서 일종의 선전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