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배터리 공급

포르쉐 ‘타이칸’에 파우치형 배터리 공급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에 탑재…고성능 입증

“원통형 ‘46시리즈’로 고성능 전기차 시장 정조준”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막을 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선보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막을 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선보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하이앤드 브랜드와 잇달아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빠른 속도로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이른바 ‘럭셔리카’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3일 완성차·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2년 프리미엄 레저형차량(RV) 전문 브랜드인 GMC의 첫 순수 전기차 ‘허머 EV’에어 마세라티와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과 잇달아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고 각사 대표 전기차에 고성능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앞서 2023년 마세라티가 선보인 전기 스포츠카 ‘그란투리스모 폴고레’에는 파우치형 배터리셀로 구성된 LG에너지솔루션의 92.5㎾h급 배터리가 탑재됐고,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로 국내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포르쉐 전기 스포츠 세단 ‘타이칸’도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가 적용된 파우치형 배터리가 장착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막을 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에서 자사 배터리가 탑재된 타이칸 터보 모델을 전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타이칸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실리콘 음극재와 ‘더블 레이어 코팅(DLD)’ 기술까지 접목되어, 단 5분만 충전해도 최대 100㎞ 주행이 가능하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은 람보르기니까지 거래선을 확장했다.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열린 람보르기니 플러그인하이브리드(HPEV) 슈퍼스포츠카 ‘테메라리오’ 국내 출시 행사에서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은 “이번 신차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됐다”고 공개한 바 있다.

람보르기니 차량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윙켈만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배터리 공급사 선정 기준과 관련해 ‘최고의 성능’을 꼽으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는) 용량과 스펙이 (슈퍼 스포츠카) 레부엘토와 동일한 고출력이 나오기 때문에 선택했다”라고 강조했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포르쉐 ‘타이칸’,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알레게리타 패키지’, GMC ‘허머 EV’ [각사 제공]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포르쉐 ‘타이칸’,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알레게리타 패키지’, GMC ‘허머 EV’ [각사 제공]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이같은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 간 점유율 경쟁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과 기술 격차를 벌려 더욱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PHEV, HEV 포함)에 탑재된 총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1, 2위 모두 중국 업체들이 이름을 올렸다.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25.0% 성장한 25.0GWh(시장 점유율은 38.9%)로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10.9GWh를 기록한 BYD(시장점유율 16.9%)가 차지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0%p 하락한 16.9%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14.8%(5.7GWh) 성장, 2년 연속 2위에 오르며 1위 CATL과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별화 소재 및 공정 기술 역량을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올해 인터배터리에서 공개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를 통해 고성능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고경영자(CEO)인 김동명 사장도 올해 인터배터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업체가 배터리 업계에서 열심히 잘하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시장에서 역사를 써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실적이 올해 상반기면개선 될것으로 보이는 긍정적인 기조 속에서 이번에 공개할 46시리즈 제품 등 앞선 제품 포트폴리오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5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5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46시리즈는 지름이 46㎜인 원통형 배터리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불리는 46시리즈 셀 라인업(4680, 4695, 46120)은 기존 배터리(2170) 대비 에너지와 출력을 최소 5배 이상 높이며 향후 원통형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는 제품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최근 사이버 트럭을 선보인 테슬라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리비안 등 글로벌 주요 전기차 브랜드에서 고성능 원통형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며 “최근 공개한 46시리즈는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기술력을 집약해 개발한 배터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량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와 고효율 실리콘 산화물계 음극재, 안전성강화분리막(SRS) 등 선제적으로 확보한 다양한 소재 기술과 고난이도의 플랫폼 및 선행 소재·전극 기술을 통해 앞으로도 더 많은 거래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ikehyo8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