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딥시크 딥쇼크’의 경고

中 AI 공습…미중 기술 전쟁 서막

딥시크. [로이터]
딥시크. [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이 열린 지난 1월 20일, 중국의 젊은 사업가 량원평이 공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R1’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던 혁신이 중국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적은 비용과 소수의 인원으로 단시간 안에 ‘챗GPT’에 필적하는 세계 최상급 AI 모델을 내놨으니 미국을 비롯한 세계는 충격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모 일간지에서 베이징 특파원으로 있는 저자는 신간 ‘딥시크 딥쇼크’에서 딥시크를 중심으로 중국의 AI 공습, 미중 기술 전쟁 등의 이야기를 전한다.

딥시크가 고성능 AI 모델을 출시한 사건은 소셜미디어와 외신에서 미스터리로 그려졌다. 퀀트 투자회사 ‘환팡량화’를 운영하던 량원펑이 2023년 스타트업 ‘딥시크’를 설립해 AI 개발에 매진하고, 매우 빠른 시간 안에 AI 모델을 잇따라 출시해서다.

환팡량화가 왜 미국산 첨단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들였는지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는다. 량원펑이 고성능 AI 모델 개발에 필수인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 A100을 대량으로 사들인 시기는 2022년 9월. 미국이 최첨단 AI 반도체 대중국 수출 금지령을 내리기 직전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환팡량화가 미국의 대중국 기술 제재에 대비해 정부의 지령을 받고 엔비디아와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상하이 출신 글로벌 투자 업계 관계자는 “2021년 환팡량화가 신규 자금 모집을 중단하고, 이듬해 량원펑이 대규모 익명 기부를 하고, 2023년 1월 환팡량화가 딥시크를 설립한 사건의 흐름은 아이가 혼나고 벌서는 모습을 연상케 하지 않느냐”며 “중국 금융 산업에 대한 당국의 기업 조사와 압박이 극에 달하던 때에 량원펑이 본인도 관심 있고 국가도 원하는 업종에 주력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자는 딥시크를 ‘예견된 충격’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기술 돌파’ 전략을 보면 필연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사회주의식 거국 동원 체제(산·학·연 및 국민 총동원)를 통해 첨단 기술 혁신을 위한 인프라를 빠르게 건설하고, 유연한 천재 스타트업들을 내세워 미국의 대중국 기술 봉쇄를 보기 좋게 뚫었다. 목표를 위해 국가 자원을 총동원하는 중국의 ‘경직성’과 젊은 천재를 최전선에 배치하는 ‘유연성’이 합쳐진 성과라 할만 하다.

따라서 딥시크 쇼크는 ‘딥쇼크’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일시적인 현상도, 우연히 등장한 것도 아닌 앞으로 늘 일어날 일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딥시크의 등장은 미국이 기술·장비 수출을 통제해도 중국의 기술 굴기를 더 이상 막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중국은 이미 2023년에 구세대 노광 장비 DUV로 7나노 반도체 생산에 성공했고,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첨단 기술력을 확보했다.

저자는 주요 2개국(G2)이 완벽히 부활하며 “두 개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도 AI 패권 전쟁에서 살아 남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딥시크 딥쇼크/이벌찬 지음/미래의창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