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 발표
지방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초과 허용
취약 건설사에 최대 5조 유동성 공급
시장금리 반영한 대출금리 인하 필요
업계 “DSR 한시적 완화 제외 아쉽다”


금융당국이 지방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지방은행의 대출 증가율을 시중은행보다 높게 관리하기로 했다.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을 활용해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땐 우대금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정치권이 요구해 온 지방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한시적 완화에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다만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적용 범위와 비율 등에 대해선 지방 건설경기 상황을 살피고 추후 결정하겠다며 완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건설업계는 이번 정부 대책에서 DSR 규제의 한시적 완화가 제외된 데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DSR 규제를 한시적으로 푸는 것이 미분양 해소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업계는 꾸준히 주장해 왔다. 이들은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유예 등 대출규제 완화와 시장금리를 반영한 신속한 대출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택거래 활성화 위해 유동성 확대 지원”=정부가 19일 발표한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에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주요 정책은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위축이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자금 공급을 보다 원활히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우선 지방은행에 한해 가계대출 경영계획 수립 시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인 3.8% 초과를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일관되게 관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은행별 연간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협의해 결정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지방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확대할 경우 가계부채 관리상 인센티브도 부여할 계획이다. 예컨대 은행별 연간 가계대출 경영 목표에 지방 주담대를 추가로 반영하는 식이다. 이 경우 지방 금융 소비자의 대출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환능력 심사 중심의 여신관리를 위한 DSR 규제 원칙은 유지하되 3단계 스트레스 DSR의 구체적인 시행 계획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하기로 했다. 향후 지방 건설경기 상황 등을 보아가며 구체적인 적용 범위나 비율 등은 4~5월 중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지방에 한해 적용 시기를 늦추는 방안 등이 건의돼 온 것으로 전해진다.
건설사에 대한 자금지원도 이어간다. 일단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 시장안정프로그램을 통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에 최대 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한다. 또한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이 중소·중견 건설사를 대상으로 대출 4조원, 보증 4조원 등 총 8조원 수준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선 “DSR 한시 완화가 가장 효과적” 아쉬움=이번 방안에는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DSR 규제 한시적 완화가 빠졌다. 정책의 실효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 지연 당시 비판 여론도 어느 정도는 의식한 모양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실효성 측면에서 과연 미분양 아파트를 DSR 규제 때문에 못 사고 있느냐”면서 “DSR 규제를 굉장히 어려운 과정을 통해 정착시키고 있는데 뒤로 빼는 순간 정책의 신뢰성이 고민”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그는 이어 “작년에 2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을 두 달 연기한 것을 가지고 시장의 비판을 받지 않았냐”면서 “그 두 가지를 비교해 지금은 더 실효성 있는 다른 대책을 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금융위원회의 신중한 입장을 존중한다면서도 DSR 기본원칙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출규제를 완화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고공행진 중인 대출금리를 낮추는 데에도 적극 임해달라는 주문이다.
업계는 이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유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해 임대주택을 활용할 경우에는 미래 임대수익을 소득으로 간주해 DSR을 산정해달라”며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도 유예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출금리는 시장 금리를 신속히 반영해 인하하고 무주택자 등 주거지원계층과 국민주택규모이하 주택에는 우대금리를 적용해 금리를 더욱 낮춰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방안을 지속 고민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출금리 인하에 대해선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전날 “올해 신규 대출 금리에 있어서는 인하할 여력이 분명히 있다”면서 “은행이 조금씩 내리고 있고 이를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방안이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요자가 움직이려고 해도 대출이 안 나오면 움직일 수가 없다”면서 “특히 미분양 주택을 구매하려는 무주택자에 한해서는 대출 여력을 보다 확대해 주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미분양 신축이 조금 비싸도 수요자가 ‘비쌀 만하구나’ 감내하고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하는데 대출은 대출대로 운신의 폭이 좁아 살 방법이 없다”면서 “DSR 완화를 해줘도 살지 말까인데 대책에서 전부 빠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꼬집었다. 김은희·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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