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수업별로 학생 귀가 방식 제각각
현직 돌봄교사 “학생 인계 현실적 한계”
학부모 “세밀한 안전 가이드라인 도입을”
교육부 장관·시도교육감 대응방안 논의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 A씨가 같은 학교 학생 김하늘(8) 양을 흉기를 찔러 사망케 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생들의 돌봄 교육과 귀갓길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맞벌이 부부들이 자녀들의 안전을 위해 맡기는 돌봄 교실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관련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망한 김양은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학교에 맡기는 ‘돌봄 수업’이 끝난 후 A씨 범행의 표적이 됐다. 현재 돌봄 수업은 명확한 운영 규정이 미비하다. 귀가 안전과 관련된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이다. 홀로 교실에 남아 있을 김양과 누군가 동행했다면 이번 사건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에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던 학교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당장 내년부터 늘봄학교가 1·2학년에서 전체 학년으로 확대되기에 교육부는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12일 경찰,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피해 학생인 김양은 사건 당일 2층 돌봄 교실에 있다가, 미술 학원 차량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학교를 나가던 사이 사고를 당했다. 교육부의 ‘늘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늘봄 혹은 돌봄교실을 나서는 학생은 보호자 동행 귀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보호자가 동행할 수 없을 경우 보호자가 지정한 대리자와 동행 귀가해야 한다.
문제는 남아 있는 학생이 많고 저마다 귀가 시간이 다르다 보니 학교별로, 돌봄 수업별로 귀가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오후 5시 이후에는 보호자가 직접 아이들을 인계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낮 시간대에는 학부모에게 미리 받은 자율 귀가 동의서에 근거해 아이들을 귀가시킨다. 해당 동의서에는 학생의 요일별 귀가 시간, 동행인의 전화번호, 귀가 방식 등이 적혀 있다.
한 교육당국 관계자는 “돌봄교실 가이드라인에 보호자, 지정 대리자와 동행 귀가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방식은 제각각”이라며 “100명의 아이가 있으면 100가지 방법으로 귀가 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일괄 적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학생의 귀가 방식이 제각각이다 보니 학생이 자율적으로 귀가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돌봄교실을 나서는 학생을 학부모 또는 보호자가 어디서 어떻게 인계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다.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번 사고 역시 돌봄교사가 김양을 2층에서 내보낸 직후 학원 버스 기사가 연락을 하기까지 10여 분간 공백 시간에 벌어졌다.
한 돌봄교사는 학교에서는 돌봄교실 담당 교사가 직접 데리고 나가지 않는 것을 두고 ‘어쩔 수 없다’고 언급했다. 돌봄교실 교사 B씨는 “학생마다 귀가하는 시간과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교실을 비우고 보호자나 동행인에게 한 명 한 명 보내는 건 불가능하다”며 “출결 관리를 하고 있지만, 누가 누구에게 인계했는지 매일 기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계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늘봄 혹은 돌봄교실을 확대하려면 학생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늘봄학교가 2026학년도부터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인 만큼 하굣길 귀가 안전 등과 관련한 촘촘하고 세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활용하고 있는 ‘안심 알리미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의 종합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몇몇 학교에서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학교 정문에 기기를 설치해 학생이 교문에 들어서거나 나갈 때 부모에게 문자메시지가 가도록 하고 있다. 서비스 신청 여부는 대부분 유상이지만 일부 교육청에서는 관련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한 지역 학부모회협의회 관계자는 “더 이상 학교 내에서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촘촘한 ‘안전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며 “조속한 제도 설치로 학부모는 학교를 믿고, 아이들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교육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발 방지 방안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일정 등을 전면 취소하고 설동호 대전시교육감과 회의를 진행했다. 교육부는 우울증 등 질병 관련 교직원 관련 제도 개선, 하교 학생 안전 관리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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