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관련 사건 연루 인사들
경찰대학 동문 변호사들에 SOS
警 조직 이해도 높고 형사 전문성
![조지호(왼쪽) 경찰청장과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연합]·임세준 기자](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03/news-p.v1.20250203.b33966e6a55c4bcca304e81a5a7f64aa_P1.jpg)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내란 등 혐의에 연루된 고위직 경찰 상당수가 경찰대학 동문인 변호사들에게 법률적 조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직에 정통한 이들은 법적 전문성 등을 활용해 수사 단계부터 재판까지 법률대리 업무 전반을 도맡고 있었다.
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조지호 경찰청장은 일찌감치 경찰대학 동문인 노정환(58) 법률사무소 행복한동행 대표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앞서 조 청장은 지난달 3일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경찰 기동대를 동원해 국회 외곽을 봉쇄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8일 구속 기소됐다.
경찰 수사 단계부터 변호를 맡고 있는 노 변호사는 경남 창녕 출신으로, 조 청장과 같은 경찰대학 6기로 졸업했다. 경찰대 출신으로는 최초로 검사장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노 변호사는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26기로 수료했다. 1997년 창원지검 검사로 임용된 이래 서울지검, 울산지검,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주중대사관 법무협력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검사, 창원지검 통영지청장 등을 거쳐 인천지검 제2차장검사, 대전고검 차장검사, 대검 공판송무부장, 대검 인권부장 등을 지냈다.
최근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보석을 청구했다. 법원이 지난달 23일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 청장은 석방됐다. 보석 청구 사건 역시 노 변호사가 맡았다.
경찰대학 동문 변호사에게 변호를 맡긴 또 다른 인물은 경찰대학 2기로 경찰청 차장 출신인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다. 박 전 처장은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 전 처장이 고심 끝에 변호를 맡긴 인물도 경찰대 후배인 허금탁(54) 변호사다. 허 변호사는 경남 함양 출신으로 경찰대학을 9기로 졸업했다. 이후 노량진경찰서 남한강파출소장, 서초경찰서 조사계 반장으로 경찰 생활을 한 뒤 1999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1기로 수료했다. 그는 변호사로 개업한 이후에도 서초경찰서 자문변호사, 인천지방경찰학교 외래교수 등을 역임하며 경찰 사건을 다수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12·3 비상계엄 당시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조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수사본부 지휘부도 경찰대 출신 변호사들에게 법률 대리를 맡겼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등 국수본 지휘부는 참고인 신분에서 이뤄진 검찰의 압수수색 처분에 반발해 지난달 24일 준항고를 제기했는데, 이 사건을 맡은 변호인 역시 경찰대 출신 김신호(46)·이영재(46) 변호사다.
현재 법무법인 우면 소속인 김 변호사와 이 변호사는 모두 경찰대학 18기로 졸업 후 경찰공무원 생활을 하다 대형 로펌 변호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
경찰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경찰대 출신 변호사들은 경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나 실무 차원에서 일정 부분 장점이 있기 때문에 형사 사건에서 선호되고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요즘에는 경찰 생활을 짧게 하고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들이 많아져 이전처럼 ‘경찰대 출신 변호사’라는 메리트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용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