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텔레그램 ‘자경단’ 조직해 성착취
피해자만 234명…남녀 안 가렸다
텔레그램, 경찰에 자료 회신한 첫 사건
![텔레그램을 이용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이버성폭력 범죄집단 자칭 ‘자경단’의 총책 A씨가 24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2020년 5월 ‘자경단’ 만들어 미성년자 159명을 포함해 남녀 피해자 234명(남성 84명·여성 154명)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만들고 협박과 심리적 지배 등을 통해 성폭행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1/24/rcv.YNA.20250124.PYH2025012401640001300_P1.jpg)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텔레그램에서 200명이 넘는 남녀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10대 미성년자를 직접 강간까지한 30대 남성이 검찰에 구속송치 됐다. 범죄집단의 총책인 이 남성은 영화 ‘수리남’을 본 따 자신을 스스로 ‘목사’라고 칭하며 ‘자경단’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을 운영해왔다. 피해자들에게 벌을 준다며 나체 사진 촬영 및 전송, 자해 등 각종 가학적 행위를 요구하는 등 N번방 사건보다 피해규모가 더 컸다. 텔레그램으로부터 범죄 자료를 회신받은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4일 오전 범죄단체조직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범죄를 저지른 A(33) 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서울 성동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A씨는 ‘범행 사실을 인정하느냐’, ‘피해자들에게 죄송하지 않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한 채 호송차에 올라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5월부터 약 5년간 자칭 ‘자경단’이라는 범죄 집단을 결성해 남녀 등을 가리지 않고 234명(남성 84명·여성 154명)의 피해자를 낳았다. 10대 미성년자 피해자만 103명에 달한다.
전체 피해 규모로 따진다면 조주빈(29)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피해자(73명)의 3배가 넘는다.
자칭 ‘자경단’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아동·청소년 강간, 협박, 강제추행, 유사강간 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를 포함해 14명의 조직원이 활동했고, 만 15세 중학생 등을 포함해 10대 11명도 포함됐다. 자경단 조직원 뿐 아니라 자경단에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공한 40명도 검거했다.
이들의 범행은 더 악랄해지고, 무차별적이었다. ‘목사→집사→전도사→예비전도사’로 계급을 나누고 상명하복 체계를 구축했다. 예비전도사가 새로운 피해자로 데려오면 전도사로 승급하는 다단계 방식이다.
약점을 잡힌 피해자들에게 ‘새로운 피해자를 데려오면 풀어준다’는 식으로 규모를 확장하기도 했다. A씨는 ‘목사’ 등 종교적인 명칭을 사용한 이유에 “드라마 ‘수리남’을 보고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남성 A씨는 자신을 이른바 ‘목사’리고 지칭하며 범죄집단에 ‘자경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목사→집사→전도사→예비전도사’로 계급을 나누며 새로운 피해자를 물색해오면 승급 시켜주는 다단계 구조를 갖췄다. [서울경찰청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1/24/news-p.v1.20250124.10043866ab0b4af388d0c7d15e493287_P1.png)
자신을 ‘목사’라고 지칭한 A씨는 X(엑스·옛 트위터) 등에서 지인 딥페이크 합성물 제작·유포에 관심을 보인 남성들에게 ‘지인 능욕방에 가입시켜 주겠다’며 접근했다. 또 온라인에서 성적 호기심 등을 표현한 여성들에게 “당신의 사진이 유포될 것 같으니 방 관리자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텔레그램으로 유인했다.
![30대 남성 A씨는 자신을 자칭 ‘목사’라 칭하고 범죄집단 ‘자경단’을 조직해 피해자들에게 하루 일과를 보고하게 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나체 사진 전송, 자해 등 각종 가학정 행위를 요구했다. [서울경찰청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1/24/news-p.v1.20250124.65f2c0a9616a48a18417ec270c0db097_P1.png)
이후 피해자들에게 반성문을 작성해 낭독하게 하고, 완전히 통제하기 위해 아침 기상 보고, 1시간마다 일상 보고, 일기 쓰기 등을 강요했다. 지시를 어기면 벌을 준다는 명목으로 나체 촬영 및 전송, 자해 등 각종 가학적 행위를 요구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조직원들 간 성폭력을 지시하기도 했다. 지시에 응하지 않으면 피해자의 신상과 나체 사진,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텔레그램 단체방에 공개 박제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로 2023년 12월 수사에 착수한 뒤 전국에 접수된 사건 60건을 병합해 392일간 수사를 진행했다. 약 200회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과 국제공조 수사 등 각종 수사기법을 총동원해 조직원들을 순차 검거하고 조직을 와해시켰다.
특히 이번 사건은 경찰이 텔레그램으로부터 범죄 자료를 회신받은 최초 사례다. 이를 계기로 경찰청은 지난해 10월 텔레그램과 수사 협조 체제를 공식적으로 구축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A씨를 상대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었으며, 조만간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2020년 N번방 사건에 비해 대상이 더욱 다양해졌으며, 범행수법이 무차별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범행을 주도한 30대 남성 A씨는 평소 수사 기법을 연구하며 자신이 절대 검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나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1/24/news-p.v1.20250124.bb7a1302a16f454887fa848224e44b67_P1.png)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장은 “A씨는 평소 수사 기법을 연구하며 자신이 절대 검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나 결국 붙잡혔다”며 “사이버 성폭력 범죄는 반드시 검거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