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 영광과 몰락’ 중심의 강덕수
2001년 자신이 다녔던 그룹 계열사 인수 평범한 월급쟁이서 재계 13위 오너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경기침체에 좌초 이젠 3000억대 배임·횡령혐의 얼룩
경영부실 회사 떠나는 직원 편지에 “미안하다” 직접 전화한 ‘인간 강덕수’ 파란만장한 인생스토리엔 깊은 회한
STX그룹의 전 직원한테 들은 얘기다. 그룹 경영 부실을 책임지고, 강덕수 전 회장이 물러날 때 일이다. 가슴은 아프지만, 싱숭생숭한 분위기 속에서 더 회사를 다닐 맛이 나지 않았다. 그 역시 사표를 냈다. 회사를 떠나면서 걸리는 것이 강 전 회장이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직원은 강 전 회장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단다. “집에 부모님이 계신다면, 회사의 부모님은 회장님이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회사)가족들 돌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원망하지 않습니다. 부모님 사업이 잘 안돼 빚을 남기고,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밖에서 부모님 욕하고 그러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동안 샐러리맨의 신화로 대한민국 경제에 보탬이 되려고 한 것, 근거리에서 봐 왔기에 잘 압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편지가 전달된지, 두시간만에 전화벨이 울렸다. 놀랍게도 강 전 회장이었다. 강 전 회장은 ‘어디로 가게됐나?‘라고 물은 뒤 “자네한테 오히려 미안하네. 그리고 고맙네”라고 하더란다. 그때 가슴이 정말 먹먹했다고 한다. 그 직원은 “‘경영자 강덕수’는 무너졌을지 몰라도, ‘인간 강덕수’에 대한 존경심은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샐러리맨의 신화’, ‘승승장구 인수합병(M&A)의 귀재’라고 불리던 강 전 회장은 좌초했다. 300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를 받으면서 최근 구속 수감됐다. 그의 운명의 향방은 법정에서 판가름 되겠지만, 그의 이제껏 역동적이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면서 남의 일 같이 않게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는 한때 샐러리맨의 신화의 대명사였다. 진정한 승부사 기질이 빛나는, 직장 새내기들에게는 멘토이자 우상이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출발, 재계 13위의 거대 그룹을 일군 그의 인생은 자긍심 그 자체였다. “한번도 나를 월급쟁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는 자존과 자신감이 그런 성공의 사다리를 제공했는지 모른다. 영원히 직장인의 영웅으로 회자될 줄 알았던 그의 좌초는 그래서 더욱 충격과 씁쓸함을 던져준다.
강 전 회장의 인생 스토리가 더 빛났던 것은 그가 정말로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이었다는 데 있다. 강 전 회장은 동대문상고를 졸업하고 지난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생활 28년 만이었던 지난 2001년 그는 전 재산 20억원을 투자해 자신이 재무책임자로 있던 워크아웃 위기에 빠진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이를 텃밭으로 강 전 회장은 STX그룹을 키운 신화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 한때 STX그룹은 주요 계열사 12개로 꾸려진 재계 순위 13위의 대그룹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강 전 회장이 일군 샐러리맨 신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는 인수합병(M&A) 업계에서 회자되던 ‘승자의 저주’라는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무리한 기업 M&A를 통해 외형을 확장해가던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조선ㆍ해양업의 급속한 침체와 맞물려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결국은 부실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사법부의 최종 심판을 받게될 위기에까지 처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강덕수 인생은 파란만장한 우리 경제사의 굴곡과 궤도를 같이 한다는 점이다. ‘강덕수의 퇴장’으로 평범한 월급쟁이가 거대 그룹의 오너로 변신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도 나온다. 오너 가족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봉은 전문경영인일 것이라는 시각이 그것이다. 그만큼 강덕수의 존재는 특별하면서도 강력했고 이상할만큼 친근했다. 그래서 그의 좌절은 많은 이들에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만약 죄가 최종적으로 밝혀진다면, 응당 죄값은 치러야 할 것이다. 다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그랬나. ‘강덕수 인생궤도’를 훑어보면 여러모로 착잡하다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김영상 사회부장ㆍ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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