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재벌2세도 아니었고 ‘스카이(SKY)’로 대변되는 명문대 출신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M&A(인수ㆍ합병)로 월급쟁이에서 30년 만에 재계 13위의 대기업 총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의 M&A 전략은 문어발식 확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선 기자재-엔진-선박 건조-해운-에너지 연관 기업’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원칙을 고집했다. 기업가치가 최우선이었고 전세계가 무대였다.
그는 겉보기에는 허름해도 성장가능성이 있는 물건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베팅했다. 법정관리에 있는 회사들도 그의 손만 닿으면 우량회사로 변모했다. STX보다 덩치가 큰 범양상선을 인수했을 때는 업계에서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 결과 그룹 출범 이후 10년 동안 매출이 100배로 뛰었다.
그는 실무진에게 “환경이 너무 빨리 변한다”며 “후발주자인 우리는 신속한 대응만이 살 길”이라고 속도 경영을 강조했다. 2008년 중국 출장길에서는 “한국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직접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해외 시장은 그에겐 절대적인 생존 무대였다. 강 전 회장은 “국내시장에서는 후발업체인 우리를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며 글로벌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그는 2008년 세계 최대 크루즈선 건조회사인 유럽 아커야즈(STX유럽)를 인수할 때 크루즈선 건조기술이 한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유럽국가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노조의 반발도 컸다. 유럽 국가들로부터 “무슨 ‘듣보잡(듣도 보지도 못한)’ 회사가 우리 자산을 사려고 하느냐”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유럽연합(EU)은 반독점법으로 인수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강 전 회장은 직접 현지로 날아가 시너지 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상황을 정면 돌파했다. 그는 나중에 아커야즈 인수를 자신의 가장 성공적인 M&A로 꼽았다.
STX조선을 살 때는 강성 노조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직접 그는 노조를 만나 담판을 지었다.
그러나 M&A로 승승장구하던 그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는 못했다. 공격적인 M&A는 무리한 확장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핵심 계열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룹은 해체됐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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