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거침없는 자국 최우선주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전례없는 속도와 범위, 그리고 파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펜타닐(마약)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시점에 대해선 “아마도 2월 1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대해선 “누가 사서 (지분) 절반을 미국에 주면 허가(미국 내 사업권)를 주겠다”고 했다. 이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기업에 차별적 세금을 매기는 외국의 기업·시민에 대해선 미국 내 세율을 두 배로 높이겠다며 위협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 법전의 ‘90년 된 모호한 조항’을 근거로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전쟁을 ‘세금 전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 이틀간 행보는 그가 표방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가 첫번째 임기(2017~2021년)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유례없는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일찍이 목도하지 못했던 미국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국제질서를 마주하게 됐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지지자 2만명이 보는 가운데 전임 정부의 78개 정책을 폐기하고 새로운 행정명령 40건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정책 기조 핵심은 미 우선주의에 기반한 경제·통상·에너지 정책과 신(新)고립주의·영토확장주의에 바탕한 외교·안보 정책이다. 우리로선 당장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전략과,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에 따른 한미무역협정(FTA) 변화 가능성이라는 통상 불확실성에 당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가리켜 ‘핵 보유세력’이라 칭하고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고 한만큼 ‘한반도 비핵화’ 노선은 위기에 처했고, ‘한국 패싱’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석유 시추 확장 정책은 한국 자동차·배터리 수출 및 에너지 수입을 좌우할 큰 변수다.

전에 없던 도전엔 온전히 새로운 응전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에선 어떤 전통과 관례, 원칙, 명분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이틀로도 충분했다. 우리 정부의 대미 접근법도 막연하고 추상적이어선 안된다. 철저히 실리적이고 구체적이며 전략적이어야 한다. 동맹의 온정주의에 기댄 안이한 인식으로는 ‘창의적인 MAGA’를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