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받아야할 사람들의 감동적인 기부 행렬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삶인데도, 남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 콩 한쪽도 나눠먹고, 음식이 맛있으면 이웃에도 주고싶은 마음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곳이 있다.
기부 받아야할 분들이 기부하겠다고 나선 곳은 인천 쪽방촌이다. 이들은 폐지·고철 판매, 볼펜 조립 등을 하며 산다. 당연히 경제적 여유가 없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이들은 스스로 넉넉지 않은데도, 17년째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천 쪽방촌 주민들은 20일에도 폐지 등을 주워 하루에 몇 천원 벌이를 다시 쪼개 따로 조금씩 모은 다음, 이웃 끼리 십시일반으로 약 275만 원을 만든 다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탁했다.
이 선행은 무려 17년째 이어져, 누적 성금이 2700만여 원에 달한다.
20일 서울시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진행된 성금 전달식에는 해인교회 이준모 목사(인천내일을여는집 이사장), 인천쪽방상담소 엄경아 소장, 직접 모금활동에 함께한 주민대표 3인(최태화, 남창훈, 김춘식)과 사랑의열매 심정미 모금사업본부장 등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으로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마음을 전달했다.
인천 쪽방촌 주민들의 특별한 나눔은 2009년 쪽방촌 주민들과 노숙인 등이 생활비 등을 아껴 모은 성금 63만원을 사랑의열매에 전달하며 시작됐다.
늘 도움만 받아 미안하다는 한 주민의 말에 이준모 목사가 더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이후 노숙인 쉼터 이용자, 쪽방촌 주민과 무료급식소 이용자 등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인천내일을여는집은 1998년 IMF로 급증하는 노숙자들과 실직자 가정을 돌보기 위해 해인교회(이사장 이준모)에서 설립한 기관이다. 긴급 구조, 상담과 사례관리, 교육, 재취업과 지역발전사업이라는 4단계 통합시스템을 만들어 저소득층 및 노숙인 등을 돌보는 민간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 쪽방상담소를 비롯해 지역 아동을 위한 공부방, 가정폭력상담소, 무료급식소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대표 최태화씨는 “몸이 좋지 않아 성금을 생각보다 내지 못해 아쉽지만, 올해에도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며 “주변에 잘 모르는 분들에게 기부를 권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해인교회 이준모 목사는 “17년째 계속되고 있는 작은 나눔은 쪽방주민들에게 즐거움과 기쁨, 자부심”이라며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 심정미 모금사업본부장은 “올해도 따뜻한 마음을 모아 지속적으로 나눔에 동참해주고 계신 주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소중한 성금이 뜻 깊게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랑의열매는 현재 연말연시 집중모금캠페인 ‘희망2025나눔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100도 달성이 좀 빠르다고 했더니, 그 후론 온도 상승 속도가 더디다. 20일 현재 103도.
기부 받아아야 할 쪽방촌 주민들도 푼돈을 쪼개 기부하는 모습이 2025년 1월 20일 오후를 신선하게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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