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다 업체 홍보성 내용 기업에 협찬받고 공동구매

회원등급따라 접근도 제한 엄마들에게도 슈퍼갑 군림

저같은 초보 엄마들이 모르는 게 생겼을 때 찾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육아 카페’입니다. 저도 대형 육아 카페 한 곳에 가입을 해두고 정보가 필요할 때면 가끔 들어가서 검색해 보는데요.

처음에는 방대한 정보와 엄마들의 부지런함에 경탄을 금치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면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정보’도 많지만 ‘홍보’는 더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육아용품 후기에는 엄마들이 직접 경험한 내용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정보성 글도 있지만, 체험기를 빙자해 교묘하게 홍보를 하는 글이 훨씬 많습니다. 궁금한 것을 질문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에는 서포터즈(일정한 비용을 받고 홍보 글을 게시하는 엄마들)나 업체의 답변이 대부분입니다.

게시글은 그나마 양반입니다. 카페 대문은 온갖 광고로 도배가 돼 있습니다. 이벤트도 얼마나 많은지 다 보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커뮤니티’라기 보다는 ‘업체 홈페이지’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또 카페의 운영 방식에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회원수가 23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모 육아 카페에서는 회원의 활동 내역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고 접근 권한을 다르게 부여합니다. 글을 많이 쓰지 않거나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엄마들은 제한된 내용밖에 볼 수 없습니다.

제 주변의 한 엄마는 “육아 카페에 들어가면 비슷한 엄마들이 많아서 좋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배타적인 느낌이 들어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공동구매 모집이나 업체 홍보도 운영진이나 등급이 높은 회원만 할 수 있습니다. 일반 회원은 이같은 글을 올리면 활동 정지, 강제 탈퇴 등의 제재를 당합니다. 홍보성 글이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카페라면 모를까, 광고가 버젓이 있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카페 대문에는 ‘공동구매 입점 문의’라는 배너도 있습니다. “공동구매 진행을 희망하는 업체는 입점 제안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담당자가 검토 후 연락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사업자 입찰을 내건 사업주를 연상케 하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한 육아용품 업체 관계자는 “대형 육아 카페가 워낙 덩치가 크다보니 그쪽에 마케팅을 진행할 때가 있는데, 이벤트를 하고 싶은 때에 하려면 그쪽에서 운영하는 산모교실에 현금과 현물을 협찬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벤트 진행 비용은 또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것도 경쟁이 치열해서 대형 업체나 가능하지 소형 업체에서는 이벤트 한 번 진행하려면 계속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합니다. 대형 업체든 소형 업체든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물론 홍보나 이벤트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제가 경험하고 우려하는 부분은 ‘편향성’입니다. 이같은 사정을 잘 모르는 엄마들은 더 많이 보이는 업체의 제품이 좋다고 생각해 특정 제품으로 쏠리게 됩니다. 해당 제품의 실제 품질은 별개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육아 카페가 대형 카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보통의 수많은 엄마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육아 카페는 이 엄마들에게도, 업체들에게도 군림하는 ‘슈퍼 갑’이 됐습니다. ‘호가호위(狐假虎威)’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닫힌 커뮤니티보다 열린 커뮤니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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