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뇌과학자 야스오 ‘직관의 폭발’

“직관으로 인간의 잠재력 끌어올려”

방해요소는 집중력…뇌에 쉴 시간 줘야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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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AI(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간조차 언젠가 대체될 수 있다는 공포가 갈수록 커지는 이때, 집중력을 버리고 오히려 직관(直觀)을 길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데이터 기반의 논리적 사고는 어차피 AI를 따라 잡을 수 없고, 인간의 고유 영역인 ‘창조성’은 집중할 때보다 오히려 ‘멍하니 아무 것도 안할 때’ 더 잘 발휘된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뇌과학 권위자인 이와다테 야스오는 신간 ‘직관의 폭발’을 통해 인간이 AI를 뛰어넘는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직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직관이란, 감각에만 의존하는 직감(直感)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기억이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연결될 때 스파크처럼 발생하는 창조적 사고 과정을 뜻한다. 따라서 직관은 비과학적이라기 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과학적 사고인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기억은 뇌 곳곳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직관을 얻으려면 가급적 뇌의 넒은 범위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즉 인간 뇌의 ‘분산 시스템’을 사용해 뇌를 광범위하게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설명인다. 따라서 뇌의 특정 부위만 사용하는, 이른바 ‘집중계’를 작동시키는 집중력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집중 강박에 빠져 있다면 뇌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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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분산계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집중에서 해방돼 멍하니 있는, 이른바 ‘멍 때리기’를 할 때 분산계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최신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멍 때리고 있을 때 우리 뇌는 현재의 경험과 과거의 기억을 끊임없이 재편해 직관이 발휘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쉴 때와 목적을 가지고 활동할 때 에너지 소비 차이가 5% 밖에 나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는 그 순간에도 뇌는 무의식적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직관은 타고나기 보다 평소 몇 가지의 노력으로 그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저자는 우선 행복의 역치를 낮춰 기쁨의 감정을 경험하면 분산계가 활성화 돼 창의적인 사고가 튀어나온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오감을 자극하는 것도 분산계가 더 많은 기억 네트워크에 연결되도록 도와준다. 특히 후각은 ‘프루스트 효과’처럼 다른 감각기관들과 달리 기억 회로에 바로 연결돼 무의식을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에서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을 때마다 어린시절을 떠올린다.

이밖에도 시각과 청각, 체성 감각 등이 균형있게 뇌로 전달되는 산책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기억들이 연결될 수 있다. 또 타인과의 대화는 의견 교환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게 돼 기억 네트워크가 2배 이상 활성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저자는 “그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 온 지식과 논리는 AI에 대체되기 쉬운 능력”이라며 “논리가 아닌 직관의 힘으로, 집중이 아닌 분산의 뇌로 인간은 AI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직관의 폭발/이와다테 야스오 지음·류두진 옮김/웅진 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