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ㆍ김성우 기자] 헌법재판소가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는 부분이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내수 시장 및 소상공인 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심리 결과,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공직자 등으로 포함시킨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오는 9월 현행대로 시행된다.

김영란법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농축수산업계와 백화점, 호텔, 요식업 등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다.

김영란법에 의하면 선물 가격의 상한액은 5만원이다. 그러나 한우, 굴비 등 전통적인 국산 선물세트는 5만원 미만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한우나 굴비 선물세트는 5만원 미만으로 세트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에 냉동 수입육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굴비, 갈치 등 수산 선물세트도 수입 수산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합헌이든 위헌이든 김영란법으로 인해 선물 구매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선물세트 구성은 상품 갯수가 줄어들고 포장지 등이 간소화 되는 형식으로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농축수산업계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협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어민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권력층이 부도덕해서 생긴 법인데 피해는 농축수산업계만 보는 상황이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농민단체는 전날인 27일 국회를 찾아 김영란법 시행 이후 농어민이 입을 피해에 대해 역설하기도 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도 “명절 기간 선물세트 매출의 경우 백화점이나 마트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유통업체에 미칠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선물이 공산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데, 통조림, 가공식품 제조 업체 등은 대부분 대기업이지 않느냐”며 “대기업은 매출이 외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영세한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은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연간 11조56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식업이 8조4900억원으로 가장 큰 매출 손실을 볼 것이라 예상했고, 선물 관련 산업(1조9700억원)과 골프장(1조1000억원)도 작지 않은 매출 하락이 따를 것이라 내다봤다.

피해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 가운데 공무원의 경우 이미 공무원행동강령을 통해 3만원이 넘는 식사와 5만원 이상의 경조사비 수령이 금지돼 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 가운데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만큼, 피해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단 거시다. 아울러 기업의 접대비 감소가 기업 경쟁력 향상 등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김영란법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유통업계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A 백화점은 저가 선물세트의 물량을 20~30%가량 늘렸다. 또 키위의 경우엔 과거 24개입이었던 것을 20개입으로 줄여 가격도 10% 정도 낮췄다. B 백화점도 5만원이 웃돌았던 일부 농수산물의 가격을 내렸다. 더덕버섯세트는 4만9500원에, 생표고버섯세트는 4만9500원에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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