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 시즌과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왕’ 캐릭터가 사랑을 받은 해였다. 첫사랑을 그리워하면서도 카리스마를 지닌 이훤은 올 상반기 ‘이훤앓이’를 일으키며 전국을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열풍 속에 빠져들게 했고, 하반기에는 광해를 다룬 최초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왕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되는 천민이 왕이 되어가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리더의 모습과 다양한 재미로 역대 흥행 영화 3위에 올랐다.
영화 ‘건축학 개론’ 속 ‘국민 첫사랑’ 수지는 남성들의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불러 일으켰고, 납뜩이는 연애 상담을 리얼하게 해주는 코믹한 친구 캐릭터로 패러디까지 유행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개그콘서트’ 속 개 인형 브라우니는 여느 톱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올해 최고의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브라우니=KBS 2TV ‘개그콘서트-정여사’의 브라우니의 인기는 연일 상한가다. KBS 소품실에서 아무도 거뜰떠보지 않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인형 브라우니는 개그맨 정태호가 ‘매너손’, ‘사춘기’, ‘차도견’ 등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브라우니, 물어!”와 만나면서 일약 국민적인 톱스타가 됐다. 브라우니는 배우 고소영과 함께 광고촬영을 진행하는가 하면, 제일모직의 빈폴 전속 모델로 선정돼 디자이너가 제작한 맞춤 애견복까지 입고 CF 촬영과 팬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인터넷 팬 카페에 팬레터가 폭주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캐릭터 상품을 제외한 순수 인형 매출만 연말까지 10억원을 돌파할 기세다.
▶광해=배우 이병헌이 만백성이 인정하는 ‘왕중의 왕’으로 탄생한 해였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이병헌은 경박하게 엉덩이를 흔드는 광대 하선과 권태과 피로에 찌든 왕, 그리고 백성의 꿈을 담아 교지를 읽어가는 또 한명의 왕을 능수능란하게 오갔다. 조선이 꿈꾼 진정한 왕의 모습을 갖춘 하선의 이야기가 꾸준히 관심을 얻으면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지난 12일 기준 누적 관객수 1230만4000명(배급사 집계 기준)을 돌파하며, ‘도둑들’(1303만2027명)과 ‘괴물’(1301만9740명)의 뒤를 이어 한국영화 역대 흥행 3위에 올랐다.
▶이훤=올 초 최고 시청률 42.2%를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등극한 ‘해를 품은 달’ 속 김수현은 비운의 왕 ‘이훤’으로 분해 여심을 사로잡으며 전국을 ‘해를 품은 달’ 열풍에 빠져들게 했다. 평소에는 카리스마 있고 단호한 표정을 지녔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왕의 비극적 슬픔을 뛰어난 감정 연기로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순애보와 나라를 다스리는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왕 ‘이훤’ 역을 완벽히 소화한 김수현은 ‘이훤앓이’를 일으키며 상반기에만 20개 가량의 CF를 찍었다. 해품달은 평균 시청률 32.9%로, ‘넝쿨째 굴러온 당신’(33.1%)에 이어 올해 지상파 프로그램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납뜩이=영화 ‘건축학 개론’ 속 대학생 승민(이제훈 분)의 절친으로 그에게 어설프게 연애코치를 해주는 납뜩이. 납뜩이는 공감하는 말과 제스쳐에다 코믹함까지 겸비해 큰 호응과 재미를 이끌어냈다. ‘건축학개론’ 조정석은 ‘납뜩이’ 캐릭터로 하루 아침에 스타덤에 올랐다. 주변에 연애상담을 해주는 친구를 연상시키는 납뜩이는 “어떡하지, 너”, “납뜩이 안돼”란 유행어와 함께 짧은 역할이지만 긴 여운을 남겼고, ‘개그콘서트-멘붕스쿨’ 코너에서는 개그맨 김재욱이 납뜩이를 패러디 한 캐릭터를 선보여 여전히 인기를 누린다.
▶국민 첫사랑=‘국민 여동생’ 아이유에 이어 걸그룹 미쓰에이 수지가 배우 배수지로 각인되며 ‘국민 첫사랑’ 캐릭터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2012년이었다.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당돌하면서도 새침한 음대 신입생 서연은 남성들에게 1990년대에 대한 향수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며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 했다. ‘건축학개론’은 1990년대 향수와 첫사랑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4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실시한 2012년 가장 사랑받은 한국영화 중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꼽는 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수지는 ‘국민 첫사랑’ 캐릭터로 10여개의 광고를 찍으며 ‘CF퀸’으로 거듭났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