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결단 내려달라”…녹취록 공개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를 이틀 앞두고 보수 진영 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명복 후보는 17일 문용린 후보를 보수 단일후보로 추대한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좋은감) 간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지난 14일 사퇴한 이상면 전 후보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어 이 전 후보의 사퇴에도 회유가 있었는지 논란이 있을 전망이다.
최명복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17일 오전 서울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용린 후보를 보수단일후보로 추대한 좋은감 측에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여러차례 전화를 걸어와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 측이 이날 공개한 20여분의 녹취록에는 “전교조는 안된다. 이대로 가면 이수호 후보가 당선된다”며 “큰 결단을 한번 해달라. 반교조 노선인 최 의원님이 동참하신다는 결정을 내려달라. 이 정도로 만족하고 여기서 마쳐야 될 것 같다”는 통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최 의원이 교육적, 윤리적인 것 좀 접어두고 정치적인 판단을 해서 우리랑 손잡고 최대한 결단을 내리자. 만약에 문 후보가 이긴다면 최 의원과 이(상면) 교수가 일등 공신 되는 것”이라며 “교육감 선거라는 자체가 엄청난 고도의 정치구도가 잡혀있다. 지금 이 게임은 정치로 해석하고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최 후보 측은 “녹취에 등장하는 사람은 좋은감 측 이희범 사무총장”이라고 밝혔다.
최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이 녹취 내용은 12일에 통화한 내용이다. 지난 7일에는 좋은감 측에서 개인 이메일을 통해 ‘사퇴하지 않으면 이적행위’라는 내용을 보내오기도 했다”며 “(이같은 연락을 해온 것에 대한)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법률 자문을 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상면 전 후보의 사퇴 배경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전 후보는 지난 14일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기자회견이 예정된 장소에서 캠프 관계자들과 사전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사퇴를 선언했다.
녹취록에는 “이상면 캠프 선대위원장 만났는데 대의를 생각해서 결단을 하라고 했다. 아마 오늘 내일 중에 결단을 내리실 것 같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남승희 교육감 후보도 지난달 26일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가 “좌파교육감 때문에 교육이 망가졌으니 (문용린 후보 당선을 위해) 사퇴하라. 화가난다.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라며 사퇴를 종용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서울 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은 이 상임대표가 남 후보에게 사퇴를 종용한 혐의(공직선거법위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교육감 후보들 간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내부에서는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자체 분열로 인해 진보진영에 교육감 자리를 내줬던 전례를 답습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수성향의 한 교육계 인사는 “일부 단체들이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지나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되레 보수진영 내 갈등을 악화시켜 선거에 악재가 되진 않을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