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아중이 영화 ‘나의 PS 파트너’(감독 변성현)를 통해 본격적인 컴백을 알렸다. 전작 ‘싸인’ 이후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그가 1년 9개월 만에 다시 날개짓을 시작한 것. 폰섹스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이번 영화에서 김아중은 또 한번 제대로 된 ‘로코퀸’의 면모를 뽐냈다.
오랜만의 복귀를 알린 김아중은 대중들에게 좀 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길 바랐다.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나의 PS 파트너’다. 극중 평범한 30대 초반 윤정으로 분한 그는 여성들의 심리라도 대변하듯 공감을 자아내는 연기를 펼친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김아중은 “아무래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니 긴장도 많이 됐다”면서 “시사회 때 큰 스크린에서 내 얼굴을 보니 긴장한 것처럼 보이고, 부족해 보였다”고 털어놨다.
# “평범해지고 싶었다.”
김아중은 이번 영화를 선택한 계기로 ‘평범함’을 꼽았다. 여느 여자들과 다를 것 없는 윤정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단다. 의아했다. 폰섹스를 시도하는 과감한 여자가 과연 평범한 걸까.
“그쵸. 그런 시도를 했다는 건 어떻게 보면 평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웃음) 그래도 윤정이 원래는 남자친구를 위한 색다른 이벤트를 준비한 거잖아요. 일단 윤정은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캐릭터 였어요. 늘 직업적인 개성이 확 드러나는 역할이 많았거든요. 정작 제 나이 또래의 평범한 여자를 연기해 본 적이 없어요. 또 폰섹스라는 소재도 신선했고, 감독님처럼 개성이 넘치는 분과 한번 작업해 보고 싶었죠.”
윤정은 안쓰러운 캐릭터다.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는 권태를 느끼고, 좀처럼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다. 김아중은 윤정의 심리를 완벽히 이해했고, 외로웠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윤정은 딱 보통 여자들의 모습 같아요. 처음에는 남자들이 사랑을 쏟잖아요. 그러다가 여자들이 점점 더 사랑하게 되고, 매달리게 되고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 것 같아요. 외로웠던 순간들을 많이 생각했어요.”
동시에 윤정은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섹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현승(지성 분)에게 전화로 내는 신음소리,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몸매 비율까지 남성들을 자극한다.
“남성적인 면에서 보면 알라딘 요정처럼 판타스틱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감독님의 이상향을 적극적으로 따랐어요.(웃음) 많은 분들이 폰섹스를 감행하는 장면과 신음소리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는데 전 사실 어려울 게 없었어요. 감독님에게 의존을 했기 때문이죠. 감독님이 참 취향이 정확하신 분이에요.(웃음) 전적으로 맡기고 연기했어요.”
# “감당할 수 있는 노출 수위? 아직 모르겠다.”
극중 김아중이 선보이는 노출은 그리 수위가 높은 편은 아니다. 반면 신소율은 이번 영화에서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했다. 지성의 옛 연인으로 등장한 그는 농도 짙은 베드신으로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소율 씨가 어느 정도 수위의 베드신인지는 저도 전혀 몰랐어요. 사실 저랑은 붙는 신이 많이 없기도 했고요. 저도 막상 그 장면에 대한 확인은 시사회에서 했죠. 그 전에는 그냥 잘 찍었다는 얘기만 들었고요. 소율 씨가 정말 용기를 많이 내고, 과감히 해준 것 같아요. 베드신 뿐 아니라 감정신, 그리고 현승과 주고 받는 대사도 완벽했어요. 많이 노력한 게 보였어요.”
여배우에게 노출이란 풀어야 할 숙제기도 하다. 연기는 연기라지만, 여자로서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사실 노출 수위에 대해 물어보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 기준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서 있지 않아요. 얼마나 베드신이 이야기에 필요한 지 그리고 그 안에 정서가 녹아져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자신감이 선다면 자신이 있죠. 아직까지는 여전히 모르겠네요. 아마 저 뿐 아니라 여배우 모두에게 노출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닐 거예요.”
이번 영화로 남성들의 판타지와 성적 로망(?)을 얼만큼 채워줬을 것 같냐고 묻자 김아중은 밝게 웃으며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저야 남자가 아니니까 얼마나 채워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만약 감독님이 보편적인 남자라면 채워지지 않았을까요? 감독님은 워낙 하고자 하는 지표가 뚜렷하시고 취향도 뚜렷하시니까요.(웃음) 그리고 에둘러서 표현을 안 하시고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는 편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게 더 편했어요. 보통 여배우와 남자 감독님이 가까워지는 건 한계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나이 터울도 적고, 너무 편해서 금방 친해졌어요.”
# “피하거나 숨으려 한 적 없어..연기로 보답하겠다”
지난 해 김아중은 그 누구보다 힘든 나날을 보냈다. 갑작스럽게 닥쳐온 시련을 피하지 않고 온 몸으로 맞았다. 자신을 향한 손가락질도, 입에 담기 힘든 독설도 모두 감당해야 했다. 힘든 시간을 보낸 그는 이제 당당히 오로지 ‘연기’로 맞서기로 했다.
“마음을 다잡기보다는 충분히 반성하고, 깨달았죠. 보답할 길을 찾는 게 맞는 것 같았어요. 최선의 선택은 일과 작품이라고 생각했죠. 어찌됐든 연기를 빨리 보여드리는 게 연기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아닐까요. 그래서 더 이 작품을 주저 없이 선택한 것이기도 해요. 일 하면서 모든 걸 털어버리자고 생각했죠.”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한 번도 피하거나 숨으려 한 적은 없어요. 제가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을 때였잖아요. 숨으려고 의도하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일어난 일에 대해 책임지고 마무리를 짓고, 다신 안 그러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맞는 거죠.”
원치 않는 휴식기를 거치는 동안 김아중은 한 층 더 생각이 깊어진 듯 했다. 과오를 훌훌 털어내듯 당분간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제는 더 이상 쉬고 싶지 않아요.(웃음) 이제 당분간 영화 홍보로 무대인사를 많이 다닐 것 같아요. 저는 무대인사 다니는 게 참 좋더라고요. 관객 분들과 대화도 할 수 있고요. 관객 분들이 웃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그 후에는요? 좋은 작품 만나서 또 연기를 보여 드려야죠.”
다시 힘찬 날개짓을 시작한 그는 어떤 두려움이나 망설임도 모두 극복한 듯 했다. 잠시 어둠을 맞이한 그가 향후 걸어갈 길에는 눈부신 햇살이 비춰지길 바래본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