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1년반만에 돌아온 제미니호 선원들 귀국표정
“헬기서 내려오는 구명줄 볼때 동화속 동아줄 보는듯한 기분”
“죽었다 살아온 것보다 더 기뻐 빨리 따뜻한 밥 지어주고 싶어”
한산했던 부산 김해공항 국제선 입국장이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당초 도착 예정시간보다 20분 정도가 지난 오전7시40분.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됐다 582일 만에 풀려난 제미니호 한국인 선원 4명이 모습을 드러내자, 입국장은 삽시간에 몰려든 취재진과 가족들로 넘쳐났다.
“아빠~ 여보~”
눈물을 쏟는 아내, 아들, 딸들로 고통의 시간을 지냈던 선원들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곳곳에서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는 선원과 가족들의 가슴 뜨거운 상봉이 연출됐다. 1등 기관장 김형언(57) 씨의 어머니 정두애(79) 씨도 힘든 몸을 이끌고 직접 공항을 찾았다. 2년 만에 본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뜨거운 눈물만 연신 쏟아냈다. 아들의 끌어안은 채 정 씨는 “죽었다 살아돌아온들 이처럼 기쁠 수 있겠냐”며 “하루하루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아들이 당한 고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고 오열했다.
아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어머니 정 씨는 밤새 한잠도 청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들이 돌아오면 맛있게 먹도록 손수 김치를 담그고 쌀도 씻어놨다. 며칠 전 풀려난 아들의 전화를 받았는데 아들이 엄마가 해준 김치와 따뜻한 밥을 먹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장 박현열(57) 씨의 딸 지수(23) 씨도 공항을 찾았다. 입국장을 통해 아버지의 모습이 다가오자 “아빠”를 부르며 달려가 품속에 안겼다. 뜨거운 눈물은 그칠 줄 몰라 부녀는 한동안 서로를 부둥켜 안고 “이젠 괜찮다”며 눈물로 위로했다. 아들 용태(26) 씨도 “아버지가 너무 그리웠다. 얼굴이 많이 수척해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항해사 이건일(63) 씨도 가족들과 기쁨을 나눴다.
아내 김정숙 씨는 “남편의 얼굴이 많이 상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집으로 돌아가 밥과 된장찌게를 끓여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인천이 집인 기관사 이상훈(58) 씨도 건강검진과 선사 측과의 협의를 위해 동료들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왔다. 선원들은 공항으로 마중나온 송출회사 진우선박 관계자들과 건강검진 일정 등을 논의하고 곧바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한편 5일 오전 4시30분께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던 4명의 선원들은 모두 7~14kg 가량씩 빠진 듯 수척해 보였다.
박 선장은 입국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사와 정부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강감찬호를 보는 순간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면서 “태극 마크를 단 헬기에서 내려오는 구명줄이 옛날 동화에서 나오는 동아줄 같았다”고 당시 순간을 회상하기도 했다.
4명의 한국인 선원들은 지난 2011년 4월 30일 케냐 해역을 지나던 중 몸바사항 동남쪽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돼 582일간 감금돼 있다 지난 1일 석방됐다.
부산=윤정희ㆍ영종도(인천)=박병국 기자cgn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