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7회> 붉은 태양을 따라서 (6)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N-Dos 단원의 우두머리와 후밍 박사 간의 핫라인이 이어진 직후부터 그들의 대화는 암호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원시적인 암호, 그러나 막상 누군가가 실토하지 않으면 끝끝내 풀어낼 수 없는 난수표 암호였다.
“A- 50,47,11, F- 09,38,71…”
“오케이, 확인 했습니다. 우리 쪽에서는 B-42,06, 87, Q- 21,36, 44…”
“우리도 확인 완료. D-day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알았다. 실수 없도록.”
N-Dos 단원의 우두머리는 평소 들고 다니던 이슬람 경전 코란에 방금 받아 적은 난수표를 대입시키며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그는 손수 바늘을 들고 경전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글자 위에 바늘구멍을 내곤 했던 것이다.
교조 마호메트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하여 계시 받은 알라의 말씀을 30편 114장에 수록한 경전… 이슬람교도의 신앙, 일상생활, 도덕률, 법률의 규범이 담긴 코란경에 무수한 바늘구멍을 새기는 동안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후밍 박사의 스위스 계좌로 100만 불을 당장 보내겠소!”
만년 대령 계급장을 달고 있는 N-Dos 단원의 우두머리가 이렇게 대답한 것으로 핫라인 통화는 끝났다. 매우 조용하고 은밀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막상 전화통화가 끝나자마자 N-Dos 단 영내에는 갑호비상이 발령되었다. 이를테면 엄청난 성능의 폭발물과 연결된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이었다.
“살상 조 네 명은 지금 당장 국제 자동차연맹에 랠리 참가신청서를 보내도록! 그리고 지원 조는 북서 아프리카 모리타니아의 군인들 네 명을 차출토록 요구하고, 그들 역시 랠리 참가신청을 하도록 요청할 것. 이상이다.”
아직 5개국 관통 랠리대회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N-Dos 단에서는 랠리에 대비한 본격적인 행동을 개시한 것이었다. 게다가… 후밍 박사에게 난수표가 전달되었으니 곧 북한에서도 랠리에 대비한 시뮬레이션 훈련이 시작될 참이었다.
애초에 N-Dos 단에서는 고비사막 언저리에 있는 바오터우 근처에서 거사를 벌일 예정이었다. 사람이라고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고, 가끔 독수리 몇 마리 날아다니는 것이 고작인 모래사막에서 랠리 선수 두어 명 쯤 파묻어버리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눈치를 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이제 새로 실권을 잡고 국제무대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정치권력에 잘못 보였다가는 뼈도 못 추릴 판이었는데… 설상가상, 고비사막을 무대로 하는 소수 무장단체마저 와해 조짐을 보인 까닭이었다.
“모리타니아의 군인들에게는 우리 계획이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라. 만일 그들이 눈치라도 채는 날엔 거사 자체가 수포로 돌아간단 말이야.”
“대령 님, 그들에게도 오늘 당장 송금해야 할까요?”
“얼마였지?”
“달랑 15만 불입니다. 자선의 의미로 대회 참가를 협찬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그들이 우리 거사를 눈치 챌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돈도 당장 송금해버려!”
N-Dos 단으로서는 만전을 기하는 대비책이었다. 만에 하나 거사에 실패하더라도 가난한 아프리카 군인들을 테러 혐의자로 몰아가기가 쉬울 것이란 판단 때문에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으니… 실패하게 되면 가난한 모리타니아와 북한이 똥바가지를 홀랑 뒤집어쓰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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