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 “이번 겨울 방학때 미국에 가면 제 애마(愛馬) ‘그레이시’와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생각만해도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한국에 온 이후로 그레이시를 만나지 못해 많이 보고싶거든요”
국내 최초 ‘말(馬) 전문의’ 교수로 임용된 자넷 한(32ㆍ사진)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애마 그레이시를 언급하며 눈을 반짝였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대 수의과대학 연구실을 찾았을 때도 그는 수 십장의 말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교수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말 등 위에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그의 말 사랑은 지극하다.
한 교수는 수의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말과 가까이 지냈다. “말과 관련된 직업을 갖겠다”는 꿈을 가지면서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뒤, 2000년 미(美) 스탠퍼드대 생물학과에 입학해 3년 만에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 후 2004년에는 코넬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2008년 버지니아텍 수의대에서 말 내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는 등 ‘말’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 그가 지난 7월, 돌연 애마 그레이시마저 떼놓고 한국행을 택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로 초빙됐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내 뿌리인 부모님의 나라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강단에서 한국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매우 즐겁습니다”
그는 올 가을학기부터 서울대에서 ‘마학(馬學)’을 강의하고 있다. 말의 역사와 품종, 혈통은 물론 말의 특성과 관리에 이르기까지 말에 관해 전반적인 것을 연구하고 가르친다.
한 교수는 특히 아버지의 모교인 서울대 강단에 서게 돼 뜻 깊다고 밝혔다. 그의 아버지 한의생 씨는 1966년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수의사 면허를 취득해 현재 버지니아주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홀로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한 교수는 가족이 그립거나 애마 그레이시가 보고싶을 때면 인천, 과천 등 서울 인근의 경마장을 찾는다. 지난 7월 이후 제주도만 3번이나 방문해 말 타기를 즐기기도 했다.
“말을 탈때는 교감이 중요해요. 자신이 타고 있는 말에 대한 깊은 신뢰 없이는 승마를 즐길 수 없으니까요. 서로간의 ‘믿음’이 절대적이라는 것이 말과 다른 애완 동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는 말을 통해 ‘신뢰’를 배웠다고 언급했다. 한 교수는 또 ‘최초 말 전문의 교수’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좋은 기회를 갖게 돼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한국에서 말 산업은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감사하죠. 한국의 여러 수의사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말 교육에도 힘을 쏟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