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채PD 출신 사장 공영방송 정체성 확립 의지… 수신료·디지털방송 전환·노조반발 등 과제 해결 주목

정권 말, 대통령선거를 20여일 앞두고 KBS 20대 사장으로 취임한 길환영(58) 사장이 첫 걸음을 뗐다. 애초 26일로 예정했던 취임식을 업무 공백을 우려해 23일로 앞당기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길 사장은 취임사에서 KBS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국가기간방송으로 KBS의 정체성 확립을 첫손에 꼽았다. “지배구조개선이 사회적으로 활발히 논의되도록 필요한 준비를 진행시킬 것”이란 계획도 덧붙였다. KBS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는 역대 KBS 사장이 취임 때마다 강조했던 공약이다. 이병순, 김인규 등 전 사장들이 이를 외쳤지만, 지켜졌다 보기 어렵다.

길 사장은 “역사상 최초로 합법적이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내부승진 사장이 취임하게 된 것은 그동안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 KBS의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참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1981년 공채8기 PD로 입사한 첫 PD 출신 사장이다.

길환영(언론인/KBS사장)
정권 말, 대통령선거를 20여일 앞두고 KBS 20대 사장으로 취임한 길환영(58) 사장이 첫 걸음을 뗐다. 애초 26일로 예정했던 취임식을 업무 공백을 우려해 23일로 앞당기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길환영(언론인/KBS사장) 정권 말, 대통령선거를 20여일 앞두고 KBS 20대 사장으로 취임한 길환영(58) 사장이 첫 걸음을 뗐다. 애초 26일로 예정했던 취임식을 업무 공백을 우려해 23일로 앞당기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 경제, 문화 등 우리 사회의 여러 접점에서 길 사장이 KBS의 정체성을 어떻게 살려나갈지 과제가 많다.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는 “길 사장이 과연 외압을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조금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KBS를 둘러싼 방송 환경도 만만치 않다. 수신료 인상, 디지털방송 전환 완료, 뉴미디어 확산 속에서 지상파TV 위상 확보, 한류 열풍 확산 주도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길 사장은 취임사에서 ‘수신료 현실화’를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길 사장은 30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축소를 위해 전사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KBS 새 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도둑” 취임이라고 몰아붙이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콘텐츠본부장 시절 새 노조가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불신임 88%를 받았고, 정권 편향적 프로그램 제작 경력 때문에 새 노조는 “몰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26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자조합까지 KBS 드라마 연기자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일으킨 핵심인사로 길 사장(당시 콘텐츠본부장)을 지목, 취임 반대 성명을 내고 집회를 열겠다고 나섰다.

길 사장은 정치 바람을 타지 않고 잘 지켜낼 수 있을까. 현 정권 출범 후 정연주 전 사장이 반강제적으로 퇴출됐던 전례는 그의 임기 완료 여부에 의문을 들게 한다. 게다가 내년엔 KBS 40주년 되는 해다. KBS 40년사의 무거운 한 페이지를 그가 넘기고 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