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역사인식 등 논란 불거지는 정권심판론도 발목 보수 결집 전략적 극단주의보다 외연 확대로 악재 돌파해야
요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세 가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두 가지 악재는 스스로 만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생긴 돌발 악재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만든 악재 중 하나는 박 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갈등에서 기인한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파열음이 문제라는 말이다.
이런 갈등의 원인이야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둘러싼 입장 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순환출자와 같은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며 둘의 갈등을 주시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경제정책은 상당히 복잡해서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권자는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했던 김 위원장과의 갈등을 보면서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 박 후보의 이미지를 더욱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만일 박 후보가 이를 알면서도 김 위원장과의 갈등을 선택했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전략이다. 박 후보의 지지층 외연 확산을 어렵게 만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 후보가 원래부터 이런 행보를 보인 것은 아니다. 선거운동 초반기 박 후보가 보여줬던 이른바 광폭 행보는 중도층을 잡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역사인식 논란으로 이런 행보가 주춤하더니 정수장학회 기자회견 논란 이후에는 아예 본격적으로 보수층만 바라보는 행보를 하는 것 같다. 정치학에서는 이런 전략을 전략적 극단주의라고 부른다. 전략적 극단주의란 자신의 지지층만을 결집시켜 선거를 치르는 전략으로, 미국 부시 대통령이 이런 전략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대테러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특별한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전시(戰時)가 아닌 평시(平時)다.
더군다나 지금 보수진영은 박 후보가 유일하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이런 전략을 쓰고 있다. 이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서 우선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성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박 후보는 그런 상황에 처해 있지도 않다. 보수층은 미우나 고우나 박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말인데, 그럼에도 보수층을 다지는 전략을 쓴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 캠프가 지금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전략적 오류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박 후보의 지지율 정체는 바로 중도층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더 악화하게 생겼다. 바로 청와대가 도무지 도움이 되지 않는 일만 골라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내곡동 사저 매입과 관련한 경호실에 대한 특검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데다, 수사기간 연장까지 거부한 것은 분명 외부 돌발 악재다. 청와대와 국민 눈높이가 어긋나고 있다. 정권 심판론이 튀어나오기 십상이다. 정권 심판론이 나오면 박 후보에게는 좋을 리 없다. 지난해부터 박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동돼왔다.
새누리당과 박 캠프가 초조해서 그런지 몰라도 야권 단일화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김태호 의원이 “홍어×”이라는 욕설을 하더니 이제는 당 차원에서 “후보자 매수”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후보 단일화는 외국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물론 현행법상 공동정권을 공개적으로 약속했을 때는 위헌 논란이 일어날 소지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막말까지 동원하는 행위는 듣기에 거북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중도층으로의 지지층 외연 확산이 더더욱 어려워질 것임은 분명하다. 또 지지층의 외연 확산 없이 대선 승리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것 역시 자충수적인 악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악재를 스스로 돌파하지 않는 한 설령 대선판이 다자구도가 된다 하더라도 박 후보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