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뒤흔든 ‘위키리크스’ 후폭풍
튀니지 대통령 일가 부정부패 파헤쳐 중동 휩쓴 ‘아랍의 봄’ 단초 제공 카다피·무바라크 줄줄이 무너져
▶미 국무부 공식 외교 전문 공개=위키리크스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10년 4월 ‘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이라는 제목의 비디오 파일을 공개하면서부터다. 이 비디오는 2007년에 이라크에서 이라크 국민과 기자들이 미군에 의해 살해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부수적 살인’이란 이름은 미 국무부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념인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빗대어 붙여졌다.
2010년 6월에는 미국 정부에 의해 기록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7만6900건의 미공개 문서들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일지(Afghan War Diary)’라는 제목으로 공개했다. 2010년 10월에는 주요 영리 미디어업체들과 협력해 일명 미국의 ‘이라크 전쟁 기록(Iraq War Logs)’으로 불리는 약 40만건의 문서를 공개했는데, 이 기록에는 이라크와 이란 국경에서 숨진 모든 사람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2010년 11월 28일에는 미 국무부 외교 전신을 공개했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1996년부터 2010년 말까지 미 국무부가 전 세계 274개 미국대사관과 주고받은 공식 외교문서”라는 설명이 붙은 220개의 문서를 공개했다.
▶시리아 대통령 음담패설 공개=위키리크스는 지난 7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음담패설이 담긴 e-메일 수백통을 공개했다. 아사드의 e-메일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기 몇 개월 전 발송된 것이라 시위 관련 내용은 없고 대신 지인들에게 보낸 유머와 음담패설이 다수를 차지했다. 아사드는 이 글들을 장인과 여성 통역관 등 지인들에게 발송했다. AFP통신은 “메일을 살펴보면 아사드의 유치함과 여성 비하 성향이 보인다”고 전했다.
2010년 12월 23일자 메일에는 “내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면 무슨 선물을 해줄 것이냐”는 아내의 질문에 남편이 “사랑을 담아서 밀어줄게”라고 답하는 유머가 있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을 성적으로 조롱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 밖에 위키리크스는 한국에 대해서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전문을 인용해 “이명박 대통령은 국법을 느슨하게 해석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평가한 부분을 공개했다. 또 이 대통령이 현지로 직접 날아가 막판 뒤집기로 따냈다고 자랑한 UAE 원전과 카자흐스탄 화력발전소 수주는 실은 진작에 확정된 것이었다는 내용도 있다.
<권도경ㆍ김현경 기자> /kong@heraldcorp.com
2008년 6월 튀니지 주재 미국대사관은 본국에 전문 한 통을 보냈다. 벤 알리 대통령의 조카 두 명이 2006년 한 프랑스 기업인으로부터 요트를 강탈했고, 대통령 사위는 집에 온갖 고대유물과 애완용 호랑이를 두고 있는 등 대통령 일가가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집어넣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얼마 후 위키리크스(WikiLeaks)에서 공개됐다. 이는 지난해 초부터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에 단초를 제공했다.
튀니지 혁명을 주도한 시위대들이 위키리크스를 본뜬 ‘튀니리크스’를 만들어 튀니지 국민에게 벤 알리 일가의 전횡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튀니지에서 시작한 아랍의 봄은 호스니 무바라크, 무아마르 카다피 등 수십년 동안 군림한 독재자들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면서 정치 지형을 변화시켰다. 미국 외교 전문잡지 포린폴리시는 이를 두고 ‘첫 번째 위키리크스 혁명’이라고 평했다.
위키리크스는 정부와 기업, 단체의 불법ㆍ비리 등 비윤리적 행위를 알린다는 목적으로 2006년 12월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설립됐다. 설립된 지 1년도 채 안 돼 120만건 이상의 문서가 등록됐고, 줄줄이 폭로됐다. 이 사이트와 관련된 인물 중 유일하게 신원이 밝혀진 사람은 해커 출신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다. 감추려는 권력의 속성을 드러내려는 위키리크스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어산지 역시 ‘현대판 로빈후드’와 ‘무분별한 테러리스트’로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