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올린 40여개의 경제민주화 정책 중 취사선택을 놓고 고심 중이다. 박 후보는 김 위원장이 제시한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안 등 굵직한 재벌개혁안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반면, 나머지 불공정거래 개선안은 대폭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재벌개혁안을 제외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시늉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재벌개혁’은 no, ‘공정거래’에 초점=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최종안은 김종인안(案)에서 ‘대기업집단법’이나 기존 순환출자에 의결권 제한 등 재벌개혁안은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이 아닌 ‘공정거래’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박 후보는 애초 ‘재벌때리기’에 대한 강한 반대 의사를 표시해왔다.
경제민주화의 초점은 재벌을 일방적으로 때리는 방식이 아닌, 시장 불공정거래를 바로잡는 것이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골자라는 것이다.
박 후보가 11일 김 위원장을 만나 반대의사를 밝힌 정책도 재벌개혁안에 국한된다. 행추위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추진단이 제시한 안 중 박 후보가 3~4개를 제외하곤 90% 이상 수용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중요 경제 범죄자의 국민참여재판회부 ▶대규모집단법 제정 ▶재벌총수 등 임원진 급여공개 등에 대해 수용 불가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규제)안은 일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금산분리를 재벌 산하 보험, 증권사로 확대하는 방안은 수용하지 않더라도, 금융회사를 거느린 대기업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강화는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안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캠프 한 관계자는 “언론에서 순환출자만 부각시키는데, 사실상 전속고발권 폐지도 핵심적인 변화를 가져올만한 경제민주화 정책”이라며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안을 좀더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캠프 한 고위관계자도 14일 “김 위원장이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도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박 후보가 순환출자나 대기업집단법 등 몇가지만 제외하곤 김종인안을 대폭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측은 ‘1번공약’으로 앞세웠던 ‘대기업집단법’이 좌초되자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또 ‘순환출자를 기업자율에 맡기겠다’는 박 후보의 입장에 대해서도 “자율적이라는 건 의미가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새누리의 경제민주화안이 앙꼬없는 찐빵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당내 쇄신파를 중심으로 “재벌개혁을 건드리지 않고는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다만 김 위원장이 최근 박 후보 측에 ‘공약 위원회’를 가동해 최종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상태라, 금주 공약 발표 전에 김종인안이 더 수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경제민주화 지고, 성장론 뜨고=‘박근혜 경제정책’의 축이 경제민주화(김종인)에서 성장(김광두)으로 넘어가면서,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이 준비중인 성장 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단장은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소프트웨어와 지식ㆍ문화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유사한 ‘소프트밸리’를 조성하는 방안을 대선공약으로 보고한 상태다.
일종의 ‘지식실리콘밸리’로 과학기술과 서비스산업을 접목한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기자들과 만나 “제조업은 고용창출에 한계가 있다”면서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정보·통신·소프트웨어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심화,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지원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글로벌 창업(수도권), 국가정보화 사업(세종시), 국제영상 산업(부산), 한류문화(광주), 의료정보(대구) 등 지역별로 특화된 스마트밸리를 조성, 이를 통해 대규모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조민선기자bonjod@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