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중국 지도부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공산당 제18차 당대회가 이틀째로 접어든 가운데 ‘정치 개혁’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지만, 시진핑(習近平)이 이끄는 5세대 지도부의 개혁 추진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당대회를 ‘노인들의 쇼’라고 일컫으면서, 새 지도부의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지적했다. 비록 점점 더 많은 중국인들이 정치 개혁을 갈망하고 있지만 공산당 지도부는 이를 추진할 결심이 전혀 서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8일 당대회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이례적으로 정치개혁을 길게 강조했다. 그는 “반드시 정치체제 개혁을 적극 추진해 건전한 인민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민주적 선거, 민주적 정책 결정, 민주적 관리ㆍ감독을 실행하도록 보장하고 인민들이 법에 따른 권리와 자유를 누리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개혁의 구체적 돌파구는 보여주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는 “서방 정치제도 모델을 절대로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당의 지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며 공산당 일당체제 유지와 이념적 전통 계승 등을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후 주석이 읽은 원고는 시진핑 부주석이 팀장을 맡고 공산당 간부들과 수차례의 토론을 거쳐 얻은 결과물이다. 후 주석이 발표했지만 차세대 지도부의 생각인 셈이다.
시 부주석은 이날 후진타오의 발표 내내 고개를 숙이고 원고에 밑줄을 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86세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후진타오와 함께 대회장에 입장한 후 2300명을 대표하는 주석단의 중간에 자리했다. 언론의 카메라는 줄곧 무표정한 장쩌민 전 주석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FT는 중국의 차기 지도자들은 집권 후에도 당 원로들에게 많은 부분 양보해야 할 것이라며 이들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개막식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존재감은 매우 작아 보였다. 그는 중국 지도부 가운데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정치개혁을 주장한 인물이다. 원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에 생중계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정치체제 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면 문화대혁명 같은 역사적 비극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금기시 되어 온 문화대혁명이란 단어까지 거론해 충격을 줬다. 하지만 파벌이 취약한 그는 보수파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원총리 일가 부정축재’ 기사도 이의 연장선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 총리가 퇴임하고 나면 당 정치국 상임위는 모두 보수로 채워진다. 유일한 희망은 개혁파로 꼽히는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와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의 상임위 입성이다. 때문에 차기 지도부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홍콩 시사평론가 류루이사오(劉銳紹)는 “중국 지도자들이 권력을 잡은 뒤에도 당분간은 저자세를 유지하며 자리를 잡아온 과거의 사례를 고려할 때 시진핑과 리커창(李克强)이 집권한 뒤에도 단기간 내에는 대폭적인 정치개혁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시진핑이 당분간 장쩌민과 후진타오라는 두 명의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자신의 정책을 펼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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