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수진 기자] 김형태(47ㆍ사진) 서울시 교육의원에게 시(詩)는 ‘힐링’(Healing)이었다. 15살 소년의 마음에 소쩍새의 울음이 ‘슬픔’으로 다가왔던 순간부터 보고 느끼는 많은 것을 그는 시로 담아냈다. 국어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그는 들꽃, 담쟁이 덩굴, 무지개 등 소소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하며 즐겼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작품 ‘아버지의 빈 지게’로 200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기도 했다. 산중을 떠돌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중국의 대표 시인 이백(李白)의 삶은 그에게는 늘 동경이었다.

2009년 ‘해직’이라는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으며 그는 벼랑 앞에 섰다. 학교 이사장의 공금 횡령, 공사비 부풀리기, 체육복 불법판매, 교육청 보조금 챙기기 등 재단 비리 의혹을 제기하자 학교 측은 20년 간 교사로 일했던 김 의원을 내쫓았다. “그저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 발 하나 내딛었을 뿐”이었지만 평온했던 삶은 격랑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이후 1년여간 그는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거대한 사학재단, 사법당국과 맞서 싸우다보니 세상 속 나약하고 힘 없는 존재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2010년 6월 기적이 일어났다. 해직교사였던 그가 서울시 교육의원에 당선됐다. 서울 교육의 감시자로 지난 2년을 살았다. 교사였을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교육 전반의 안타까운 문제점과 직면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친환경 무상급식 등 교육계의 갈등이 유발되는 문제가 불거질 때면 내심 숨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는 늘 앞장섰다. ‘서울시 교육위원회의 대표 공격수’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교육장 출신도 아닌 해직교사를 의원으로 뽑아준 시민들을 위해 교육 문제로 고통받는 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다”는 게 김 의원의 일관된 신념이다.

지난 5년 격변의 시기를 겪은 만큼 그의 시도 변했다.

“약한 것들은 모여산다. 잿빛 굴종의 삶을 떨쳐 버리고 약하지만 강한 삶을 꾸려 나간다(‘약한 것들은 모여산다’ 中)”

김 교육위원은 우리 사회 약자들의 안타까움을 바라보게 됐다.

“친구 하나를 제칠 때마다, 우정을 잔인하게 짓밟을 때마다 더 우람하고 더 훌륭한 월계관이 자리매김하나보다(사슴의 뿔 中)”라며 경쟁 교육의 병폐를 꼬집기도 했다.

“새 아침을 여는 것은 아름드리 큰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소리 없이 녹아드는 잔설에 새봄이 기지개를 하듯 부드러움의 강함이 싱그러운 아침을 열어 나갑니다 (새날, 새 아침 中)”라고 새날에 대한 희망을 품기도 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던 이백을 동경하던 그의 시는 어느새 전란과 망국의 아픔을 통탄하던 중국 시인 두보(杜甫)를 닮아가고 있다.

김 의원이 최근 출간한 네번째 시집 ‘아버지의 빈 지게’에는 그의 이런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제까지 쓴 700여 편의 작품 중 80여 개를 직접 골랐다.

그는 “이백 처럼 살고 싶은데 세상이 절 두보로 만드네요”라고 웃어 보이며 “시를 쓰는 것은 저를 숨쉬게 만드는 원형질이자 튼실하게 하는 나이테다. 해직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를 응원해주고 힘이 되어준 많은 분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이번 시집에 담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sjp10@heraldm.com

김형태(서울시교육의원)
<피플_이사람> ‘이백을 꿈꾸는 두보’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
김형태(서울시교육의원) <피플_이사람> ‘이백을 꿈꾸는 두보’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