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헤럴드 미래사업본부장] ‘개가 웃겠다’, ‘달 보고 짖는 개’, ‘무는 개 돌아본다’, ‘천둥에 개 뛰어들듯’, ‘개도 닷새만 되면 주인을 안다’, ‘주인 기다리는 개가 지리산만 바라본다’, ‘개팔자가 상팔자’….

우리나라 동물관련 속담엔 ‘개’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정유지씨의 2004년 한남대 석사논문에 따르면, 개는 국내 동물속담의 28%에 등장해 10%대 점유율을 보인 소,호랑이를 2,3위로 밀어냈다. 그만큼 한국 사람과 친하다. 속담은 개의 특징 뿐 만 아니라 인간과의 관계를 묘사하기도 하며, 인생이 견생(犬生)을 부러워하는 듯한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은 요즘 참 많이 쓴다.

아무리 사람과 친해도, TV 개그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개 인형(‘브라우니’)조차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건 놀랍다. 17만명이 호감을 표시한 페이스북 담벼락 ‘그는 말이 없었다’를 사람이 만들어 대신 관리해주는 등 인터넷, 모바일 곳곳에서 그를 위한 페이지가 생겼다. 브라우니에게 여자친구 소개해주겠다는 인간들이 줄을 섰고, 인형가게는 개 때문에 때아닌 호황이다. 14일 방송분 ‘개그콘서트’엔 중화권 인기 여배우 장바이즈(張柏芝)도 브라우니를 찾았다. ‘말을 못해 더 정이 간다’는 촌평도 들린다.

개 인형 조차 아이돌이 되는, ‘개 열풍’이다. 최근들어 ‘개’ 자(字)는 ‘크고 대단하다’는 뜻의 비속어 접두사로도 쓰인다. 어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가수 수지가 최근 이 접두어를 사용했다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웃음 짓다가도 티끌 만한 씁쓸함이 있다. ‘사람이 개만도 못한가’하는 자조(自嘲), ‘주변에 좋아할 일이 그리도 없나’ 하는 넋두리.

개를 다시 보자. 온갖 자극에 즉각 대응하고, 호불호가 분명해 낯선 것에 가차없이 짖는다. 뭔가를 요구할 때 주인에게 몸을 부비지만, 화가날 땐 곧바로 잇빨을 드러낸다. 주인의 동태와 눈치를 살펴 반응하기도 한다. 이달초 필리핀의 한 개가 오토바이와의 충돌 위험이 있던 여자 아이 둘을 구하면서 주둥이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일은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그렇게 충직한 구석도 있다. 견마지로(犬馬之勞)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혼나고도 몇 십분 지나지 않아 다시 꼬리치며 주인을 반긴다는 점이 맘에 든다.

안면구조상 웃지는 못해도, 개는 사랑하는 법을 알고, 뒷끝이 깨끗하며, 액션본능이 있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개를 왜 좋아하는지 이유가 분명해진다. 요즘, 세인들에게 즐거워할 일과 사랑할 대상이 적어 더욱 그런가보다. 사랑, 쿨한 성격, 실천력은 일반인은 물론 말 잘 하는 대선후보조차 한꺼번에 갖기 어려운 덕목들이다. 매일 개에게서 한 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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