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원짜리 ‘도둑들’은 관객 1200만여명의 지갑을 털었고, 1억5000만원짜리 ‘피에타’상은 무한 가치의 황금사자상과 교환됐다.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와 1270만명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역대 2위 흥행작에 등극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황금기를 맞은 한국영화의 양 극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이 ‘재미’를 추구한 대규모 상업영화라면 또 한 쪽에는 ‘성찰’을 지향한 저예산 작가주의 영화가 있다. 제작비는 무려 100배의 차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는 146편으로 이 중 총제작비 10억원 미만, 배급 규모 100개 스크린 미만인 작품은 총 81편으로 전체의 56%로 나타났다. 총제작비가 10억원이 넘고 전국 100개 상영관 이상에서 개봉한 65편의 평균 제작비는 48억원으로 전체 평균인 22억원의 2배를 훌쩍 넘었다. 상위 규모의 영화 제작비는 비싸지고 저예산 영화는 더 많아지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황금사자상 수상작과 1000만명 관람 영화의 공존은 한국영화의 황금기와 다양성을 상징하는 징표임과 동시에 ‘부익부 빈익빈’의 그늘이 드리운 이면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기덕 감독은 한국영화계의 어둠을 먹고자란 ‘잡초’였다. 흥행작과의 동거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 2005년 김기덕 감독의 ‘활’이 단관에서 개봉해 전국에서 1398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동안,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1306만명을 모았다. 1만배 차이다. 그리고 6년 후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얄궂게도 ‘도둑들’이 여전히 상영 중인 극장에 나란히 간판이 내걸렸다.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지난 주말이 떠들썩했다. 거칠게 말하자면 한국영화계가 ‘버린 자식’이 이룬 위업이었지만, 모두가 자기일처럼 기뻐했다. 한때 한국영화의 정책입안자들이 “수익률이 나쁜 영화를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독립, 저예산, 예술 영화에 대한 사전 제작지원을 축소한 적이 있다. 영화는 수익률을 봐가며 투자하는 주식이 아니다. 그런 사고라면 황금사자상의 수상은 꿈도 못 꿀 일이 된다. 이제 한국영화는 김기덕과 최동훈의 행복한 동거를 준비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