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8세 여아가 30대 남성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 이 남성은 학교 안까지 들어가 등교 중인 어린 여학생들 중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아이를 위협해 자신의 집까지 끌고 가 성폭행을 저질렀다. 당시 사회를 분노로 들끓게 했던 ‘김수철 사건’이다.
사회적 분노만큼 정부와 국회의 대책도 쏟아져 나왔다. 등ㆍ하교 시간에만 학교 출입문을 개방토록 하고 퇴직 경찰관 등으로 구성된 배움터 지킴이를 전국 학교에 배치했다. 교내 폐쇄회로(CC)TV를 확대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2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하루 종일 출입문이 열려있는 학교가 태반이고 교내 CCTV 감독은 여전히 부실하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정부 구조금은 2년 전 그대로다. 원스톱센터의 인력도 2년 전과 다름없이 부족하다. 단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김수철 사건의 피해 아동은 2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우울과 불안에 시달릴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지속적인 심리 치료가 필요해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만 정부의 구조금은 1500만원뿐이었다. 결국 피해아동 가족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년간의 공방 끝에 정부 구조금의 6배에 달하는 배상액을 받게 됐다.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던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은 더욱 형편없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는 600만원, 김길태 사건은 2000만원의 피해 구조금이 전부였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해 수년간의 법적 공방까지 감당해야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현실, 이러한 현실이 성범죄 피해자의 가슴에 재차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말만 무성한 대책은 필요 없다. 성범죄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두려움을 급하게 잠재우기 위한 ‘진정제’는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성범죄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대한 대책 마련에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정치권은 연일 성범죄 피의자에 대한 물리적, 화학적 거세 확대 및 사형 집행 등 ‘포퓰리즘’ 공방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 전역에 드리워진 성범죄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는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