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4회> 모든 길은 하나로! (23)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아무리 신사 체면을 쓴 권도일인들… 열점 지역을 도발 당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 그야말로 자주권을 행사해야만 할 곳에 샤워 물줄기를 맞았으니 그도 지체 없이 섬멸적인 반 타격을 가해야 마땅했다.
“감히 내 열점 지역을 건드리다니…”
“그래서요? 조국통일을 위한 성전을 벌이려고요?”
“통일?”
“그럼요, 통일… 남녀가 하나로 합쳐지는 일.”
남녀 둘의 대화가 여기까지 이르렀으니 더 이상 망설이면 바보! 권도일은 양 팔로 그녀의 허벅지를 각각 끌어안은 채 벌떡 일어섰다. 마치 천하장사가 두 그루의 나무를 동시에 땅에서 뽑아내려는 듯, 그녀의 양 허벅지를 꼬나 잡고 일어서자 그녀의 상체는 자연스럽게 눕혀져 알파벳 T자 형태를 이루었다.
한쪽에선 물줄기를 내려보고, 한쪽에선 물줄기를 올려보며 도리질 치다가 합치에 이르는 까마 수트라. 예민한 감각 속에 일어나는 몸과 마음과 영혼의 즐거움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까마’를 욕망과 애욕이라 했던가?
“나무에 매달려서 소나기를 맞는 기분이에요. 그런데… 어푸푸! 소나기 때문에 숨 쉬기가 어려워요.”
“그럼 도리질을 쳐봐요.”
“어푸, 어푸! 이렇게요? 숨이 차서 그런가… 핏기가 빠른 속도로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만 같아요.”
“오히려 심연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지요.”
“어푸 어푸! 나 좀 살려줘요.”
“머리를 도리질 치라니까요?”
“어떻게요? 이렇게요?”
“그래요, 어지러울 때까지… 뱅뱅!”
“어푸, 어푸!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만 같아요. 어푸푸, 꼴깍! 꼴깍!”
“그걸 한국의 나이트클럽에서는 헤드뱅잉이라고 합니다. 하늘에 대고 애원하는 간절한 기도예요.”
“기도는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약속이지요?”
“그럼요. 그럼요.”
탈의실에서 남녀가 옷을 홀랑 벗고 기이한 자세로 주고받는 대화치고는 너무나 심오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심오한 철학적 경지에 이르렀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몸은 이미 통일 된 상태였다.
“이제부터 통일천하를 누려 봅시다.”
“그래요… 꿈에도 그리던 남남북녀의 합일점을 누려 봐요.”
권도일은 지그시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활처럼 휘어져 머리를 바닥에 댄 예원희는 여전히 거세게 쏟아지는 샤워 물줄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도하는 중이었다. 기도는 곧 희망을 뜻하는가… 참고로 그 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에 서명했다. 북한 내 인권과 인도주의적 상황이 여전히 참담하다는 지적에 대한 응답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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