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중퇴 후 계약직 전전 4000만원 카드빚, 노트북까지 팔았지만 생계 어려워 현금 200원, 버스카드에 4000원이 전부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퇴근길 여의도를 핏빛으로 물들인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는 철저하게 고립된 가난한 외톨이였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강원도 소재의 4년제 대학 건축학과를 중퇴한 피의자 A씨는 가족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혼자 서울에 올라온 A씨는 2007년부터 휴대전화 미납요금을 독촉해 받아내는 일을 시작했다. 2009년에는 한 신용평가회사에 경력으로 입사했다. 모두 계약직이었다.

A씨는 이듬해 부팀장으로 승진했지만 실적이 오르지 않으면서 회사 동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경찰에서 A씨는 팀원들에게 “능력도 없으면서 팀장이라 월급만 많이 챙겨간다”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누굴 가르치느냐” 등의 굴욕적인 험담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못견디고 1년만에 회사를 그만 둔 A씨는 실직상태로 5개월을 지냈다. 다른 회사에 취직도 했지만 기본급없이 수당으로만 월급을 받는 형식이었고 실적이 없으면 한푼도 받지 못했다. 결국 이마저도 1년만에 퇴사했다.

수입이 없는 A씨는 극심한 생활고 내몰렸고 불면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신용불량자 딱지와 함께 카드빚 4000만원까지 떠안았다. 이 때문에 취업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고시원으로 거주지를 옮긴 A씨는 급기야 사용하던 노트북까지 팔아 생활비를 충당했다.

경찰에서 A씨는 “두달 전부터 강한 자살충동에 휩싸이기 시작했다”며 “혼자 죽기는 억울했다. 모든 일이 전 직장 동료들 때문이라는 증오심이 일었다”고 말했다.

빗나간 증오심은 결국 분노의 칼부림으로 이어졌다. 22일 오후 A씨는 고시원을 나서 여의도로 향했다. 고시원에서 잠이 안 올때마다 숫돌에 갈아둔 칼로 퇴근길 동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광기를 부렸다. 불황과 실직, 빈곤이 부른 참혹한 비극이었다.

체포 당시 A씨의 주머니엔 잔액 4000원이 남은 교통카드와 100원짜리 동전 2개가 전부였다.

경찰이 찾은 약 7㎡ 남짓한 그의 고시원 방에는 냉장고와 가스버너 등 살림살이와 옷가지를 제외하곤 TV조차 없었다. 그의 방에는 불면증 완화제와 옛 여자친구에게 “떠나버린 후에야 아쉬워하고 그리워한다”는 내용의 부치지 못한 편지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