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어김없이 현대가(家)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1년에 두 차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제사와 함께 현대가가 모두 모이는 정 명예회장의 부인 변중석 여사의 기일이기 때문이다. 초미의 관심이 쏠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이날 모두 참여했다.

매번 그러했듯 올해 역시 제사로 모일 때에는 경영과 관련된 얘기는 하지 않는다는 가풍(?)이 이어진 모양이다. 제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경영과 관련된 별다른 얘기 없이 조용히 제사를 지냈다”고 전했다. 매년 같은 풍경이기도 하다.

최근 헤럴드경제는 ‘기업가 정신 그 뿌리를 찾아서’라는 기획 시리즈의 일환으로 정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바 있다. 취재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은 정 명예회장과 변 여사 등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의 역사가 가족사로만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 현대그룹으로 나눠 갈등을 빚은 여파 때문인지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시작된 현대의 역사를 온전히 기록한 자료도 좀처럼 찾기 힘들다. 이북 출신이란 한계도 있겠지만, 정 명예회장을 기념하는 장소마저 마땅한 곳이 없다. 현대중공업이 그나마 정주영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정 명예회장을 대표하는 곳이라 여기기엔 부족해 보인다. 현대사에서 정 명예회장이 남긴 발자취를 생각한다면 더욱 아쉽기만 한 일이다.

올해에도 현대가는 조용히 모여 조용히 제사를 마치고 헤어졌다. 매번 모일 때마다 가족사 외에 경영과 관련된 얘기는 나누지 않는다는 게 현대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럼 올해에는 가족사를 한번 제대로 의논해보는 건 어떨까. 정 명예회장과 변 여사는 현대가를 넘어 한국 사회에서도 큰 족적을 남긴 ‘거인’이다. 현대차그룹, 현대그룹이 함께 힘을 합쳐 정 회장의 발자취를 기록한 박물관을 건립하거나 현대가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가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겠다.

어떤 형식이더라도 좋다. 현대가가 함께 힘을 모아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정 명예회장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에 동참한다면 현대가는 물론, 현대사에 있어서도 큰 의미가 있겠다. 이후 또다시 현대가가 모일 정 명예회장의 기일에는 가족사를 한번 제대로 의논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함께 하길 기원한다.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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