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사장 큰 불 원인·배경

20㎏산소통 50개 쌓아두고 작업 소화기 몇개만 달랑 비치 자칫 경복궁까지 큰일 날 뻔

1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4명이 숨지고 2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화재로 광화문 일대는 한때 시커먼 연기로 휩싸이면서 공사장 인부들과 인근 시민들이 긴급히 대피,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지난 2008년 숭례문 방화 사건을 경험한 시민들은 경복궁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에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며 어쩔 줄 몰라 발만 굴렀다.

이번 불은 우레탄을 이용한 방수 단열 작업을 하던 지하 3층에서 시작됐다. 한 우레탄 도장공사 전문 건설업체 관계자는 “우레탄만으로는 불꽃이 튄다고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 용접작업을 하다가 페인트 등 인화성 물질에 불이 붙고 우레탄에 옮겨 붙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신축공사 현장이라 아직 소방설비가 설치되지 않아 화재 진화에 시간이 걸렸다”면서 “20㎏짜리 산소통이 50여개가 있었고 이것이 터졌다면 건물이 전부 무너졌을 것이다. 바로 맞은편의 경복궁도 위험할 뻔했다”고 말했다.

더 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번 화재에 대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공사 현장 지하 2층에는 대피로가 있었다. 그러나 지하 3층에서 올라오는 검은 연기로 인부들은 대피로를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인 소방서 관계자는 “화재 현장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매연이 가득 차고 화염이 거세 소방관조차 진입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건물 구조가 미로처럼 복잡하고 곳곳에 자재가 쌓여 있어 구조작업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를 인지하고도 인부들이 대피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면서 피해자가 늘었던 이유이다.

또 현장에는 페인트와 우레탄, 단열재용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 등 불에 타면 유독가스를 내뿜는 자재가 수북했지만, 방재시설은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지하 3개 층은 3만1000㎡(약 9378평)에 이를 정도로 넓었지만 현장에는 소형 소화기 몇 대뿐, 화재 대비용 스프링클러는 아예 없었다.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소방시설은 시공 중이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2008년 1월 근로자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이천의 냉동창고 사고 이후 관련 법이 강화됐다”면서 “통풍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용접 등 화기 작업을 하는 경우 소화기구 배치 등을 하지 않으면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에 의거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레탄은 가연성이 강한 물질이 아니다. 우레탄 원재를 녹이기 위해 용재(신나, 아세톤 등 녹이는 물질)를 사용하는데, 용재는 가연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밀폐공간에서 용재에서 증기가 발생해 공기와 증기가 혼합된 상태에서 불꽃이 들어가면 터지게 된다.

정부는 13일 사고수습을 위해 건설사 소방방재청, 경찰청 등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14일 오전 합동 현장 감식을 벌였다.

<이태형ㆍ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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