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1억8000만건 발생 법규미비 책임 ‘나 몰라라’
해킹 등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급증하면서 어느덧 1억8000만여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그간 개인정보 유출에 책임을 진 기업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현행 법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14일 검찰과 경찰,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지금까지 유출된 개인정보는 약 1억8000만여건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만도 현대캐피탈 175만건, 리딩투자증권 1만2000건,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 3500만건, 한국엡손 35만건, 하나SK카드 9만7000건, 게임사이트 넥슨 1320만건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며, 올해도 삼성카드에서 47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EBS에서 400만건, KT전산망 해킹으로 87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수사 관계자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개인당 4~5번씩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와 관련해 책임을 진 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책임자나 대표가 형사처벌 된 사례는 전무하다. 흔히 집단소송의 형태로 이뤄지는 민사소송에서도 올 4월 대구지법이 SK커뮤니케이션즈에 대해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1심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수사기관에서는 관련 법조항이 모호한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보안장치를 구비해야 책임이 면제되는지’가 법령에 규정돼 있지 않고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련 규정도 모호해 사실상 법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석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실장은 “지난해 9월 법이 개정되면서 보안책임을 다하지 않은 기업을 처벌할 길이 열렸지만 어느 수준의 보안조치를 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해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방통위 등과 협조해 법령의 모호한 부분을 고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T 정보유출의 소송을 담당하는 최득신 법무법인 평강 대표변호사는 “개인정보 유출의 경우 과실범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없어 수사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형사상 책임 문제와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는 서로 다른 문제이니 만큼 노력해 승소를 이끌어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현ㆍ김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