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서 국채매입 시사 불구 “지금으로선 별 도움 안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구제기금을 통한 국채 매입을 두고 내숭을 떨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재정불량국의 국채 매입을 시사했지만, 당사국들은 현 시점에서는 별다른 도움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재정위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당사국들이 정작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도움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국채 매입이 재개될 때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회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연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ECB의 국채 매입 재개 방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몬티 총리는 “현재 구제기금을 통한 국채 매입을 고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이어 “지금으로선 이탈리아 정부는 유럽 구제금융기금에 국채 매입을 요청할 계획이 없다”며 “이 정책 수단이 필요한지 아닌지 좀더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양국 정상은 위기 극복을 위해 유럽 통합 계획을 신속히 이행하는 데 공조하기로 했다. 그는 “다른 정부들과 협력을 통해서 유럽이 재정위기 해법을 마련하고 견고한 금융시장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호이 총리도 ‘유로존 구제금융기금에 국채 매입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세 차례나 즉답을 피한 채 “ECB의 결정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국채 매입을 곧 재개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드라기 총재는 “ECB는 채권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전 국채를 매입할 때와는 달리 구제기금을 요청한 재정위기국의 정부에 엄격한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CB의 조치와 양국의 미온적인 반응에 시장은 실망했다. 2일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금리는 다시 치솟았다. 스페인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7.17%로 전날보다 0.43%포인트 급등했다. 이탈리아의 10년만기 국채 금리도 0.4%포인트 오른 6.33%를 기록, 다시 6%대로 올라섰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회장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시장의 인내심이 소진됐다”면서 “ECB가 이날 발표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한 시장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