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 소금·쌀·고춧가루 값비싼 국산으로 둔갑술 횡행…일반 소비자 구별 거의 불가능하다는데…
중국산 고춧가루 붉은빛 심해 손으로 만져보면 거친 느낌
소금은 입자 불규칙하면 의심 수분이 부족해 손에 잘 안붙어
중국산 쌀 싸라기 많고 탁한 백색 겉모습으론 사실상 식별 불가능
‘둔갑술’(遁甲術)이 횡행하고 있다.
중국산 고춧가루가 국내산으로 바뀌는가 하면 국산 쇠고기 꼬리표가 붙어 있는데 미국 LA발(發) 냄새(?)가 나기도 한다.
각종 국내산 농축산물의 가격이 오르면 둔갑술은 더 기승을 부린다. 더 교묘해지고, 더 정밀해진다.
소금, 쌀, 고춧가루, 돼지고기 등 수입되는 모든 종류의 농축산물이 ‘나는 국산’이라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실상을 보면, 국산을 가장한 수입산인 경우가 많다.
헤럴드경제가 밥상머리에 앉아 뒤통수를 맞은 적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둔갑술을 부리는 요괴(妖怪) 구별법을 알려준다.
▶붉은 유혹 ‘고춧가루’, 더 붉으면 의심해라= “붉은빛이 유난히 돌거나 매운맛과 냄새가 강하면 중국산일 확률이 높죠.”
지난해 기상여건 악화로 국내 고추 생산량이 줄자 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고춧가루가 국내로 대량 유입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산 고춧가루는 도매가로 1㎏에 7000원가량. 일부 고춧가루 유통업자들은 값싼 중국산과 국산을 섞는다. 이후 100% 국내산 고춧가루라고 속여 팔고 있다. 국내산의 경우 도매가로 1㎏에 2만1000~2만5000원이다. 중국산과 국내산이 최소 3배나 차이가 난다.
중국산 고춧가루는 국내산과 어떻게 다를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중국산 고춧가루는 고추를 뿌리째 뽑아 말리기 때문에 국산에 비해 붉은빛이 강하다. 또 매운맛과 냄새가 강하다. 손으로 만져보면 느낌도 거칠다. 반면 국산 고춧가루는 붉은빛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매운맛과 냄새가 중국산에 비해 덜하다. 또 고춧가루가 부드럽다.
다만 고춧가루는 생산시기와 재배지별로 그 특성이 다르다. 중국산과 국내산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서울 자양동 자양골목시장에서 고춧가루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중국산과 국내산 고춧가루가 거의 유사하다. 일반 소비자들이 중국산과 국내산 고춧가루를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산과 국내산이 섞여있는 경우 그 혼합비율을 알아낼 수 없다는 데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중국산과 국내산 고춧가루가 혼합된 경우 비율을 육안으로 알아내기 쉽지 않다”며 “하지만 기계를 이용해 분석하면 대략적인 비율은 추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단가를 맞추기 위해 고춧가루에 고추씨를 넣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구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금, 국내산 소금이나 중국산 소금이나 같아 보이지만…= “손으로 만졌을 때 잘 부서지며 손바닥에 달라붙으면 국내산이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소금 값이 큰 폭으로 올라 중국산 소금이 국산 천일염으로 둔갑하는 사례도 늘었다. 통상적으로 천일염은 30㎏ 단위 포대로 유통된다. 이 점을 노려 중국산 소금들이 포대만 바꿔서 한국산 소금으로 둔갑하는 ‘포대갈이’수법이 가장 일반적으로 이뤄진다.
제갈정섭 대한염업조합 이사장은 작년 기준으로 15만t 정도의 중국산 소금이 국산 천일염으로 둔갑된 것으로 추정했다.
국산과 수입산 소금은 어떻게 구별할까.
제갈 이사장은 “소금의 크기가 일정한가를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국산 천일염은 바닥이 고르고 수심이 일정한 염전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소금 입자 크기가 일정하고 각이 뚜렷한 반면 중국산은 입자가 고르지 못하고 마모나 깨짐이 훨씬 심하다. 만약 눈으로 봐 구분이 잘 안 된다면 소금을 손으로 만져보면 단 번에 차이를 알 수 있다. 국산 천일염과 중국산 천일염은 수분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수분이 많은 국산 천일염은 손으로 만졌을 때 잘 부서지면서도 손바닥에 수분이 남아 있어 손바닥에 잘 달라붙는다. 이에 반해 중국산은 수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번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해야 수분이 느껴지는 차이가 있다.
제갈 이사장은 “국산은 풍부한 수분 함유량 때문에 포대 표면에 간수가 흘러 오래된 경우 간수가 포대 표면에 붙어있어 지저분해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주식, ‘쌀’…이것도 속인다는데= “국내산 쌀은 미국산에 비해 낱알 크기가 짧고 폭이 넓으며, 중국산 쌀은 낱알이 국내산에 비해 좀더 탁한 백색을 띠죠.” 쌀 전문가들의 둔갑술을 부리는 쌀을 구별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다.
국민 주식인 쌀의 경우도 미국산, 중국산 등 수입산이 국산 쌀로 둔갑해 소비자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에는 중국산 쌀과 국산 쌀을 7대3의 비율로 섞어 국산 쌀 포대에 담아 판매하는 일명 포대갈이 수법으로 6억3000만원 상당의 쌀을 유통시킨 일당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에 적발돼 구속되기도 했다.
쌀이 둔갑술을 부리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6월 현재 20㎏ 도매가격 기준으로 국산 쌀은 3만4000원, 중국산은 1만4000원 선이다.
소비자들이 이렇게 둔갑술을 부리는 쌀을 구별하는 방법을 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농관원 관계자는 “낱알의 크기를 유심히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국산 쌀은 자포니카라는 단립종(短粒種ㆍ낱알의 크기가 짧고 폭이 넓은 쌀)으로 수분이 많아 밥을 하면 차지고 윤기가 흐른다. 또 맑은 백색을 띠고 금이 가거나 부서진 낱알이 적으며 배 부분에 흰 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미국산 쌀은 중립종(中粒種)으로 국산에 비해 길이가 길고 폭이 넓다. 또 태국산 쌀은 장(長)립종으로 국산과 미국산에 비해 낱알이 가늘고 긴 특징을 보인다.
미국산과 태국산 모두 수분이 적어 밥을 하면 윤기가 부족하고 팍팍한 맛이 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중국산 쌀은 국산과 같은 자포니카로 외관상 구분이 어렵다. 그러나 중국산 쌀은 다소 탁한 백색을 띠며 금이 가거나 부서진 낱알이 국산에 비해 많다.
박병국ㆍ서상범ㆍ민상식 기자/cook@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