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테러 ‘안전지대’는 없다

2003년 ‘블래스터 웜’바이러스 침투 美동북부 대정전 사태 발생

한국선 3년前 ‘7·7 디도스 대란’ 청와대 등 주요기관 사흘간 마비

주요 공공기관 실시간 모니터링 국정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 국내 최고의 방어막 역할

2007년 동부 유럽 발트해에 위치한 에스토니아의 국가 및 금융기관 인터넷 사이트는 3주간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100만대 이상의 좀비 PC를 동원한 대대적인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국가기간망이 1주일 이상 마비됐다. 3주간 계속된 사이버 공격은 대통령궁과 의회, 정부, 은행, 언론사 등 주요 기관의 홈페이지와 전산망을 초토화시켰다. 전문가들은 사이버공격이 한 달 이상 계속됐다면 에스토니아의 국가기능은 마비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당시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던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국가 근간을 뒤흔드는 사이버테러=인터넷망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고 모든 정보가 데이터 베이스화되면서, 현대사회는 한순간의 사이버테러로 기업과 국가기간시설을 붕괴시킬 수 있는 무서운 사회로 변해 버렸다. 영화 ‘다이하드4’에서 나온 해커에 의한 공공시설의 붕괴, 행정 및 금융정보의 유출 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3년 8월, 미국은 대정전 사태를 겪었다.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 동북부 지역과 캐나다 지역의 5000만명이 정전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블래스터 웜’이라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전기공급체계에 침투해 대정전 사태를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0년에는 미국과 영국의 증권거래소들이 전산망 공격을 받았고 2011년 1월에는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거래체제(ETS)가 사이버 공격의 여파로 폐장하면서 탄소배출권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전기, 교통 등 사회 인프라와 금융, 증권 등 경제 인프라의 안정성이 언제든지 위험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큰 문제는 핵발전소, 정유공장 등 산업기반시설에 대한 타깃 공격이다.

현재 전 세계의 주요 인프라 시스템과 시설에서 사용하는 감시제어데이터수집시스템(SCADA)에 대한 공격을 통해 원격제어 및 감시시스템을 불능화시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2010년 이란의 한 원전에서 전체 원심분리기 중 20%의 가동을 중단시킨 신종 악성코드 스턱스넷도 SCADA에 침투해 오작동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정완 경희대 법대교수(사이버범죄연구회 회장)는 “사이버테러의 경우 국가의 중요 기반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테러 대응책에 몰두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도 사이버 테러의 타깃=2009년 7월 7일, 청와대 등 국가기관 및 주요 기업의 웹사이트 42곳이 3일 연속 접속불능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른바 ‘7ㆍ7 디도스 대란’이라고 불리는 사건이다.

경찰과 국가정보원은 수백대의 좀비PC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웹사이트 트래픽(접속량)을 폭주시켜 서버를 마비시킨 테러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작년 3월 4일에도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 주요기관들의 접속이 일시적으로 제한되기도 했다.

위험지대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금융거래 마비사태를 촉발시킨 농협 전산망 해킹 사건에서 보듯이 금융기관 및 일반기업도 사이버테러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국내 사이버테러 대응체계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사이버안전정책조정회의’의 지휘 아래 ▷공공분야는 국정원의 ‘국가사이버안전센터’가 ▷민간분야는 정보통신부의 ‘인터넷침해사고 대응지원센터’가 ▷국방분야는 국방부의 ‘사이버사령부’가 담당하고 있다.

▶사이버테러 대비의 최선봉, 국가사이버안전센터=이 중 국정원의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주요 공공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 실시간 모니터링은 물론 위험 감지 및 초기 대응 임무까지 맡는 사이버테러의 방어막 역할을 수행한다.

2004년 2월에 창설된 센터의 주요 역할은 사이버테러 감시, 예방, 경고다.

센터는 4000여개의 국가 공공기관 웹사이트를 직접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인터넷침해사고 대응지원센터’ ‘국방정보전대응센터’ ‘보안관제센터’ ‘정보공유분석센터(ISAC)’ ‘컴퓨터침해사고대응팀’ 등 국내외 사이버 보안 또는 침해사고 대응기구들과 협력해 각종 위협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공격 징후를 탐지하고 안전대책을 제공한다.

또 사이버 위협을 평시(녹색)ㆍ주의(청색)ㆍ경고(황색)ㆍ위험(적색) 4단계로 나눠 경보하고 각종 바이러스 발견 시 예ㆍ경보 발령과 함께 보안권고문을 작성ㆍ배포하며 피해 발생시 사고원인 규명 및 긴급복구를 지원한다.

국정원 관계자는 “하루 약 2억5000만건 정도의 사이버 공격 정보가 수집된다”며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주요 사이트의 트래픽 접속량을 분석하고 동시에 공격 지점은 물론, 공격 정도가 단순 해킹인지 정보 탈취인지, 향후 2주 내 위험도는 어느 수준인지도 분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상범 기자> / tiger@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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