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수술 거부 등으로 진통을 겪던 포괄수가제(진료비정액제)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을 제외한 전국 2900여개 병ㆍ의원에서 백내장ㆍ편도ㆍ맹장ㆍ항문ㆍ탈장ㆍ자궁ㆍ제왕절개분만 등 7개 질환이 대상이다. 포괄수가제는 검사 및 입원일수 등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제까지는 주로 의사의 진료 및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지는 행위별수가제가 적용돼왔다.
▶복지부 “환자부담금 평균 21% 줄 것”=포괄수가제 전면 시행에 따라 앞서 백내장, 제왕절개 등 7개 질병군으로 입원을 할 경우 모든 진료비가 사전에 정해진 금액만 지불하면 된다. 치료제의 종류나 투입량, 검사 방법 등과 상관없이 정해진 진료비만 청구된다. 사실상 진료비 정찰제인 셈이다.
금액은 질환의 중증도나 치료법에 따라 78가지로 구분해 책정됐다. 예를 들어 제왕절개술의 경우 현재 평균진료비가 39만7169원이지만 포괄수가제 적용에 따른 진료비는 29만5251원으로 환자부담금이 25.7%(10만1918원) 줄어든다. 탈장수술은 29만2979원에서 21만3837원으로 27%(7만9142원)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포괄수가제 전면 의무 시행으로 환자 부담금이 평균 21%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했던 상당수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도 포괄수가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종합병원 예외…입원 환자만 대상, 외래진료비는 포함 안돼=7개 질병군 관련 수술을 진행하는 전국 2511개 의원과 452개 병원이 포괄수가제 의무 시행 대상이다.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은 의무 시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자율적으로 포괄수가제를 신청한 종합병원만 적용된다.
포괄수가제는 입원환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외래 진료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입원 전이나 퇴원 후 진료도 외래에 포함돼 적용 대상이 아니다. 입원 기간 중 환자의 식대나 선택진료비도 포괄수가제 포함 대상이 아니다. 식대는 현재 방식대로 환자가 50%를 부담 한다.
▶의협 “잠정 수용…내년에는 폐지되도록 할 것”=당초 포괄수가제 의무 시행에 반대하며 7개 질병군 비응급 수술을 7일간 연기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내세웠던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9일 이같은 방침을 철회하며 포괄수가제에 대한 잠정수용 입장을 밝혔다.
수술 대란 등 파국의 상황은 막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은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건강보험 정책을 결정하는 건보정책심의위원회 위원 구성을 바꾸고 의사와 정부가 동수로 참여하는 ‘포괄수가제 개선 기획단’을 만들어 1년간 평가한 뒤 확대ㆍ축소ㆍ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포괄수가제 확대를 위해 공급자(의협ㆍ병협)와 정부가 같은 수로 ‘포괄수가제발전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