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가택연금에서 탈출한 중국의 반체제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40·사진)이 베이징 미국 대사관으로 피신하면서 이 문제가 다음달 초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초점으로 급부상하고있다. 양국 모두 원만한 해결책을 찾겠다는 태세지만 미국은 난감한 입장이고 중국 역시 보시라이(薄熙來)사건의 여파가 여전한 상태에서 터진 이번 사태로 대미 강경파들이 고개를 들면서 권력투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 천이 어디에 있는 지 확인을 피하고 있지만 그동안 천을 지원해온 인권운동가 후자(胡佳)와 미국의 인권단체들은 그가 현재 미 대사관의 보호하에 있음을 밝혔다.

천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여러차례 그의 석방을 중국에 요구하는 등 중국인권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그의 탈출은 양국 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다음달 3,4일 열리는 제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갑자기 복병을 만나게 됐다.

이번 전략경제대화에는 미국 측에서 클린턴 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중국 측에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각각 참석한다.

주요 의제는 중국의 금융개혁이나 위안화환율 등 양국 경제현안, 북한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수단내전, 이란과 시리아 사태 등이 예상됐으나 이제 천광천 처리문제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않는다면 다른 현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미 양국은 천의 처리 문제를 놓고 물밑협상을 시작했다. 30일 원후이바오(文匯報) 등 홍콩언론들은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당초 일정보다 빨리 지난 29일 새벽 2시에 베이징에 도착한 것은 전략경제대화 전에 중국측과 천 문제를 조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천광청의 종착지가 주중 미국 대사관이 되면서 해법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와 중국의 인권문제 해결이라는 두 개의 과제 사이에서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북한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천광천을 섣불리 중국에 넘겼다간 의회와 국민의 비난을 살 수 있다.

중국 역시 보시라이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예민한 인권문제가 터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30일 대만 롄허바오(聯合報)는 이번 천 사태가 보시라이 실각에 이어 공산당 지도부의 내부노선 정쟁에 한 획을 더 긋는 일대사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신문은 보시라이와 유착의혹을 받고있는 저우융캉(周永康)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천광청 사건을 이용해 친서방 노선의 후진타오(胡錦禱)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총리에 압력을 가할 것이며 이로 인해 정국이 긴장되면서 중국 지도부가 강경노선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정치학자는 “중국내 민족의식이 고조되면서 현 지도부가 미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미국에 약해지고 있다는 죄명’을 부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 직후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해 13개월 동안 머물다가 망명했던 물리학자 팡리즈(方勵之)교수 사건과 비슷하다” 면서 “중미 관계가 지금보다 더 성숙된 이후에나 천광천 사건이 마무리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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