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해운업계가 정부에 발끈하고 나섰다. 정부 산하 공기업들이 장기 운송계약을 국내 선사가 아닌 일본 선사와 체결했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으로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외국 선사에 일감을 몰아줘 업계가 더욱 힘들어졌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운사들로 구성된 한국선주협회는 최근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사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공문의 내용은 일본계 선사를 수입 석탄 수송입찰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것. 일본 대량화주들이 한국을 포함한 외국 선사에 입찰의 기회를 주지 않은 만큼, 상호주의에 입각해 일본계 선사 역시 국내 입찰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선주협회의 주장이다.
선주협회의 이같은 문제제기는 국내 대량화주 중 하나인 발전사들이 대부분 유연탄 등 발전 원료 수입을 일본계 선사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 산하 발전 자회사가 5개로 분리된 후, 물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장기운송에 대해 공개 입찰을 실시했다.
이때 제로 금리와 낮은 환리스크로 가격 경쟁력을 가진 일본 선사들이 대거 수송 계약을 따냈다. 실제로 이들 5개 발전사는 지난 2004년 일본계 해운사인 엔와이케이벌크쉽코리아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후 일본 3대 선사인 엔와이케이(NYK), 케이라인(K-LINE), 엠오엘(MOL) 등을입찰에 참여시켰다.
그 결과 이들에게 전체 수입 물량의 25%인 1650만t의 수송을 넘겼다. 이는 계약금액으로 볼 때 연간 2400억원, 총 2조6500원에 해당한다. 중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등 여타 아시아 해양 강국들이 해운업을 국가적인 기간산업으로 보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수송물량을 자국 선사에게 몰아주고 있는 최근 경향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와관련 선주협회는 한국전력의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에 협의한 결과,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t당 5~30센트라도 싸게 입찰비용을 제출한 일본계 선사를 이용할 수 밖에 없으며, 비싸게 계약을 체결할 경우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국내 해운사가 일본계 해운사 수준으로 운송 단가를 낮추면 계약을 수주할수록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며 “관계부처나 발전사들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듣지 못한다면 청와대나 국회 등에 진정서를 내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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