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는 우리에게 요구르트로 잘 알려진 나라이다. 전형적인 농업국가이자 신흥 EU가입국이지만 한때는 발칸반도와 동유럽을 풍미했을 정도로 강성했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비옥한 토지, 우수한 인적자원 등은 불가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경쟁력이며 이를 잘 활용할 경우 가까운 장래에 옛 영화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오백년 이상을 터키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이후에 50여년에 걸친 공산주의 통치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은 불가리아가 현대적인 국가로 발돋움을 하는데 적지 않은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러한 폐해 중 가장 심각한 것이 공과 사가 불분명한 비즈니스 관행과 개인적인 이익을 우선시 하는 왜곡된 이기주의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불가리아의 비즈니스계에는 독특한 인맥관계에 기초한 이너서클이 있다. 이들은 하다못해 몇 만 달러의 물품구매 계약이나 건설공사의 발주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상당수 입찰이나 납품경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너서클에 속한 인맥을 통해야 하며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들맨(중개자)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이너서클을 외부인들은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불가리아에서 발주되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외국기업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너서클 내의 영향력 있는 인물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입찰 서류의 입수단계에서 부터 자칭 이너서클 인물이라는 많은 미들맨들이 나타나 자신을 활용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식으로 입찰 참가자에게 접근한다. 물론 동종업계 관계자와 관련인물을 주의 깊게 접촉하면 옥석을 가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때로는 정확하지 않는 정보로 인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불가리아 비즈니스계에서는 미들맨의 존재는 단순한 브로커 이상이다. 이들은 발주처와 입찰참가자의 가교역할을 하며 의사소통과 이해관계의 조정, 사후고충처리나 문제해결의 창구로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발주처입장에서는 미들맨이 없이 입찰에 참가한 기업은 수주대상에서도 제외시키고 있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이 불가리아 입찰에 참가한 사례는 많지 않았으나 몇 몇의 경우에는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이다 고배를 마신 경우가 있었다. 후일 실패사례를 복기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미들맨 즉 이너서클과 밀접한 인력활용을 찾지 못했거나 미들맨을 무시했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당수 국내업체들은 이들의 존재를 과소평가하거나 커미션과 같은 추가비용 발생을 우려해 발주처와 직접협상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객관적인 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경우 보다 성공을 담보할 것으로 과신하는 경향이 있으나 사실은 그 반대이다. 최근 들어 주재국의 경우에도 과거와는 다르게 입찰심사 과정이 객관적이고 투명해지고 있으나 뿌리 깊은 관행이 단시일 내에 고쳐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론적으로 불가리아 비즈니스의 성공여부는 인맥관계의 구축과 운영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결정권자를 움직일 수 있는 인맥이나 영향력 있는 인사를 활용하여 실제적인 성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임채익 코트라 소피아무역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