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기름값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30일 개장한 석유제품 현물 전자상거래 시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경쟁매매를 통해 유통가격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목적임에도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매도자 측인 정유사와 수입사, 대리점 등은 소극적인 입장이다. 개장 하루 전에야 시장 참여 의사를 밝힌 4개 정유사는 불만이 많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온라인 석유거래라는 생소한 분야 진출에 대해 회사 내에서도 우려가 높다”며 “무엇보다 석유제품 혼합판매에 대한 정유사와 주유소 그리고 소비자간 품질보증 시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유소 판매량의 20%를 타 정유사로 부터 들여올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석유제품 혼합판매 거래기준과 맞물려 정유사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다.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이미 십수년간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안정적인 유통채널을 확보했는데 손해 보면서 시장에 뛰어들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며 “시장 활성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정유사들이 솔선수범할 수 있는 유인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수자인 주유소들도 강건너 불구경은 마찬가지다. 무폴주유소나 셀프주유소와 달리 특정 정유사와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대부분 주유소들은 조금 더 싸게 석유제품을 구매하려다 미운털만 박히는 것 아니냐며 방관하고 있다.
서울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정부의 혼합판매 정책이 권고 수준이지만 정유사와는 계약 관계로 파기시 계약이행 불이행으로 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데 누가 전자상거래에 참여하겠냐”며 “주유소 개설 시 정유사로 부터 각종 지원까지 받는데 배반할 주유소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정유사가 혼합석유의 판매비율을 확인할 수 있도록 주유소의 매출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거래기준이 최근 마련돼 주유소들이 ‘유리 장부’로는 도저히 전자상거래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유류세 인하 조치 없이는 가격 인하 폭도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가격과 유류세 비중이 92~93%에 달하는 가운데 유통 및 정유사 마진만 줄인다고 체감할 수준의 가격 인하 효과는 거둘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전자상거래 사이트 상에서 보여지는 가격은 운송비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소비자의 가격 착시 현상만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류정일 기자 @ryu_pelu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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