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넘버원(No.1) 수난시대’다. 라면, 커피, 맥주, 소주, 위스키, 생수, 시장에서 장기 집권해온 식음료 대기업들이 후발 업체의 강력한 도전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들은 절대강자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시장 점유율이 연일 하락하고 수익성도 사실상 낙제점을 받는 등 체면을 구긴 1위 식음료회사들이 많다.
최근엔 가격 담합 등의 이유를 들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받거나 법정소송에 휩싸이는 등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식음료전문가 사이에서 ‘No.1 수난시대’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1000억원대 담합 과징금에 사업권 법정소송까지=라면업계 1위 기업인 농심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 23일 라면값 담합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77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농심이 1000억원을 웃도는 과징금 처분을 받기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농심은 ‘담합 사실이 없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법정싸움도 불사할 태세다.
농심은 라면에 이어 연매출 2000억원에 달하는 생수 사업도 사실상 좌초위기다. 농심과 제주도개발공사가 ‘제주 삼다수’ 영업권을 놓고 법정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 제주도개발공사의 손을 들어줄 경우 농심은 사실상 생수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하는 입장이다.
커피 시장 1위 업체인 동서식품도 남양유업의 무차별적 도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근 남양유업이 ‘동서식품이 허위 과장 광고했다’며 동서식품을 공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카제인을 대체해 무지방우유만을 넣었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면서 “기업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지속할 경우 적절한 법적 조치하겠다”며 남양유업을 향해 경고 사격했다.
주류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최대 위스키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는 현재 관세 포탈 혐의로 세무당국과 총 4000억원대의 법정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2006년 6월엔 위장거래와 무자격자 불법판매 등의 혐의로 세무당국에 의해 수입업 면허가 취소되면서 8개월간 문을 닫은 전과가 있다.
전통주 1위 업체인 국순당과 음료 시장 No.1인 롯데칠성도 차례주의 상표권을 둘러싸고 법정싸움 직전까지 가는 등 서로 얼굴을 붉힌 바 있다.
▶경쟁사 맹추격에 시장 점유율 ‘비틀비틀’=라면 시장 1등 브랜드 신라면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농심의 라면 시장 점유율도 덩달아 추락했다. AC닐슨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농심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61.2%다. 2010년(70.1%)보다 1년 새 9%포인트가량 낮아진 숫자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0.9%나 곤두박질쳤다. 밀가루 등 원자잿값 급등과 백색라면 돌풍 등 여러 가지 악재가 몰리면서 신라면 영업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커피 시장을 호령했던 ‘커피황제’ 동서식품도 남양유업의 맹공에 시달리고 있다. 남양유업 측은 대형 마트 기준으로 지난해 80%대이던 동서식품의 시장 점유율이 최근 소폭 하락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동서식품은 맥심 커피믹스의 인기와 점유율엔 변화가 없다며 강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주류 공룡’ 하이트진로도 요즘 좌불안석이다. 오랫동안 점유율 1위를 차지해온 맥주와 소주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스파링 파트너인 오비맥주에 맥주 시장 1위 브랜드 자리를 넘겨줬다.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에 맥주 챔피언 벨트를 빼앗기기는 15년 만이다.
하이트진로는 또 참이슬의 시장 점유율이 40% 대까지 밀리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갖춘 롯데주류(처음처럼)가 수도권과 지방에서 참이슬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1등 자리를 지켜온 식음료 대기업 중 일부가 후발 경쟁사에 1위 자리를 빼앗기거나 점유율을 빼앗기는 등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과거 히트상품 중심의 1등 제품의 마케팅 전략도 소비자의 입맛과 소비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밑그림을 짜는 경쟁력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남주 기자 @choijusa> calltax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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