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프랑스 하이힐 경주대회’(La premiere course francaise en talons hauts)
패션 구두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사이트인 사렌자닷컴(Sarenza.com)은 지난해 11월 21일 제1회 프랑스 전국 하이힐 경주 챔피언십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32개 팀이 참가했는데, 각 팀은 3명의 여성들로 구성됐다. 복장은 8cm 이상의 하이힐과 디스코섹시 복장. 서로 격돌하며 위험한 경주 끝에 우승한 팀은 3000유로 어치 구두를 구입할 수 있는 상품권을 선물로 받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탐낼 만하다.
일부 팀들은 이미 한달 전부터 아주 진지하게 연습을 거듭했다. 그 중 한명인 브리타는 매일 하이힐을 신고 신속하게 우편함까지 오가는 연습을 했다.
1978년 할로윈데이에 독일 쾰른에서 출생한 브리타 우슈캄프는 란제리 분야의 스타일리스트이자 작가다. 또 나이트클럽 드나들기를 즐긴다. 그녀는 파리의 기상천외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모든 ‘데콩트락트(Dcontract)’ 파티를 찾아 다닌다.
변장한 채 포럼레알 주차장에서 카트 경주를 벌이는 ‘레이싱 파킹 파티’, 지하철에서 열리는 ‘파티 테러리스트’, 여름에 열리는 ‘BBQ 엘렉트로’, 은행에서 개최되는 ‘홀드 업’ 파티 등. 그곳에서 브리타는 하이힐 경주 이야기를 들은 후 자신과 비슷한 금발에다 익살스러운 두 명의 독일 여자 친구들과 함께 ‘슐매트헨 레포르트’라는 신랄한 이름을 가진 팀을 만들었다. ‘슐매트헨 레포르트’는 ‘여학생들에 대한 조사’란 뜻이다.
“1970년대 독일에서는 일련의 소프트 포르노필름들이 존재했지요. 그 이름이 ‘슐매트헨 레포르트’였어요. 당시 우리 나이는 겨우 12세에 불과했습니다. 영화들은 성교육 차원에서 우리에게 아주 큰 영향을 끼쳤어요. 시나리오는 다소 우스꽝스럽고 괴상망칙한 르포르타주에 가까웠지만...
나는 한 여자 친구 집에서 주말을 함께 보낸 적이 있는데 우리가 ‘슐매트헨 레포르트’ 프로를 볼까봐 그 애 엄마가 TV 연결선을 숨겨버렸어요”
이 핑크빛 시리즈를 기념해 브리타 우슈캄프, 영화 마케팅에 종사하는 도로테 피스트너(27), 영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골고루 다루는 줄리아 슐테(28)는 불량 여학생들처럼 옷을 입기로 결심했다.
브리타는 “우리는 성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여학생에 대한 페티시즘을 부각시키기로 했어요. 언뜻 보면 우리 의상은 더없이 순진무구합니다. 꽃을 모티프로 한 블라우스, 하얀 면으로 된 셔츠, 땋은 머리를 하고 있거든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겉모습에 속아서는 안 된다.
브리타는 행사의 성격 중 스포츠에 의미를 두기보다 패션에 더 관심이 많다. 그건 행사가 내건 목표이기도 하다. 참가팀 대부분은 ‘망가뜨리는 굽’, ‘넘버원 음부’, ‘파리의 3인조’, ‘하이힐 배우들’ 등 어리석은 이름을 달고 있다. 심지어 ‘비치(B.I.T.C.H. : ‘특별히 높은 굽을 신은 공포의 소녀들’의 약어)’란 팀도 있다.
“우리는 재미를 위해 참가합니다. 인생 속의 우리 굽이 그다지 ‘높지’ 않기에, 오로지 즐기고 변장하면서 즐거움을 얻습니다. 나에게도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몇 주 전에 한 파티에서 나오다가 쓰레기통에서 마크 제이콥스 상표의 구두 한 켤레를 발견했거든요.
구두 굽이 8.5cm였는데, 39/40이라 완전히 내 사이즈였어요. 계시가 아니었을까요?”라고 브리타는 강조한다. 브리타는 달리는게 생각보다 훨씬 쉽다고 말한다. 단 넘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버리고 자신을 믿어야 한다. 요가에서 머리 위로 자세를 취하는 것과 같다.
이날 행사는 극도로 비밀이 유지된 파리의 한 건물에서 열렸다. 오직 응원하는 자들만 관람이 가능한데, 팀이나 주최 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아야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야외 경주가 열리기도 한다.
<브리타에게 던진 질문들>
-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 대한 이런 방식의 복권(復權)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니면 부정적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소프트 페미니스트 행동주의자’인 내 입장에서 볼 때 하이힐은 모호한 주체입니다. 긍정적인 동시에 부정적인 부분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하이힐은 지극히 성적인 의미를 늘 지니고 있었습니다.
다리가 가지런하다, 다른 식으로 걷는다, 몸에 아름답게 굴곡이 생긴다, 곡선이 강조된다 등등. 내가 하이힐을 신으면 유혹하려는 목적에서입니다. 하나의 놀이지요. 유혹의 힘은 자유를 허락하지만, 동시에 행동에 제약을 받게 만듭니다.
하이힐과 농구공들 사이에서 실존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나는 기꺼이 농구공을 선택하겠습니다.
- 글래머에 대해 두려움을 가져야하나요?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자라면 당연히 그렇겠지요. 동일한 방식으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강요하는 베일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늘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나의 어머니는 카밀라 모튼(Camilla Morton)이 쓴 ‘하이힐을 신고 걷기’란 책을 나에게 선물하셨어요.
나는 즉시 “아아, 끔찍해!”라고 생각했지요. 책이 권하는 모든 규칙을 따라갈 경우 바비 인형과 흡사해질 것이고, 삶을 위한 자리는 더 이상 없을 겁니다. ‘섹스 인 더 시티’와 같은 마인드로 기술된 책이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기는 합니다.
나는 차라리 카메론 터틀(Cameron Tuttle)이 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어내기 위한 악녀 가이드’를 추천하겠어요. 나는 이 책을 정말 좋아합니다. 아주 웃기는데다가 아이러니컬하기도 합니다. 책을 통해 에너지와 믿음을 얻는다니까요.
▶이미지는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 영화에 등장하는 것으로, 크리스티앙 루부탱(Christian Louboutin)이 구두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들은 2007년 10월 3일부터 11월 3일까지 파리의 파사주 화랑(Galerie du Passage)에서 열린 ‘페티시’ 전시회를 통해 소개됐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