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거나 비싸거나”

소비양극화의 영향으로 가전 제품 가격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고물가·고유가 시대를 맞아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겨냥한 실속형 제품들이 대거 선보이고 있다. 반면에 경쟁적으로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최근들어 기본형과 고급형 제품 가격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비슷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백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본형의 2~5배 정도로 고가에 나오는 제품도 많다.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600리터대 기본형 제품이 100만원 미만인 반면, 대용량 프리미엄 신제품은 최대 5배 가깝게 차이가 나 500만원대 까지 선보이고 있다.

같은 용량의 제품인데도 가격차이가 천차만별인 경우도 많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870리터 최대 용량의 양문형 냉장고의 가격은 최저가 290만원에서, 최고가는 450만원대에 이른다. 웬만한 양문형 냉장고를 한 대 더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차이가 크다.

비슷한 용량의 삼성전자의 고가형 냉장고(용량 834리터) 가격이 359만원이고, 대우일렉이 생산하는 가장 비싼 최고급형 제품(용량 751리터)의 가격이 169만원이라는 것은 감안하면, 가격차가 얼마나 큰 가를 알수 있다.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반값 TV를 내놓으면서, 대기업과 대만ㆍ중소기업이 내놓은 TV 간의 가격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품질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대만의 TPV사가 만든 32인치 LEDTV의 가격이 49만9000원인데 반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2인치 LEDTV의 가격은 70만원 후반대에 달한다.

특히 인터파크는 중소업체가 개발한 42인치 풀HD LED TV를 내놓을 계획인데, 가격이 62만9000원에 불과해 대기업이 생산하는 같은 규격의 풀HD LED TV 가격의 절반에 불과하다. 향후 스마트 3DTV 간에도 가격차이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유통 할인 등으로 웬만한 55인치 스마트 3DTV를 3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동작 및 음성인식 55인치 스마트 3DTV(제품명 ES8000)가격은 540만원에 달한다. 대형 스마트 3DTV를 한대 더 구입할수 있을 정도다.

드럼세탁기의 경우 기본형 세탁과 건조가 가능한 기본 12kg 제품이 60만원대인 반면, 대형 프리미엄 제품들은 200만원을 훨씬 넘어가며 3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외산가전의 경우 고가제품의 가격은 국내 프리미엄 가전 최고가의 2~3배를 넘어서기도 한다.

제품 가격의 차이가 이처럼 큰 이유는 대형화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 원가 상승 등 현실적인 원인도 있지만, 소비양극화 현상에 따라 보다 차별화된 소비성향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 소재 및 특화기능 적용, 외부 디자인 전문가과의 협업을 통한 프리미엄 제품 출시가 주 원인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특히 고급화된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개발비용 및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인해 신제품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물가·고유가 시대를 맞아 소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실속형 가전 제품에 주목하면서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들의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고가 제품들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 용도로만 전락할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박영훈 기자/park@heraldm.com